한국일보

죽음이라는 해결책

2006-05-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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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가며 온갖 문제의 숲을 헤쳐나간다. 문제를 풀어 가는 그 자체가 삶이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치기로 문제가 겹치면 앞뒤가 꽉 막혀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간단한 문제 해결방법이다. 죽어버리면 모든 갈등도, 미움도, 빚진 것도 다 해결된다. 어느 누구도 죽은 사람에게 문제해결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척 간단한 방법이지만 극도로 절망적인 문제 해결책이요, 삶을 궁극적으로 패배케 하는 거짓 미봉책이다.
한 달전, 폭파심리와 우울증세가 가장 파괴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던 여러 건의 동반 자살들은 문제를 죽음으로 해결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로 그렇게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도록 몰고 갔는가? 겉으로 드러난 이유들은 가정불화와 사업의 실패 등으로 설명하지만, 그것은 외형적 이유에 불과하다. 가정불화와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모두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진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람들로 문제 대처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는가?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긍정적 태도와 좋은 지지 시스템(support system)이 삶의 문제와 스트레스를 대처해 가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삶에 긍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은 인생이 한두 번의 승부에 달려 있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가 어떤 성공이나 업적에 달려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리고 잘못된 성공의 허상으로 자신을 옷 입히려 하며, 왜곡된 소유욕, 강박적이고 집착적인 책임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지 않는다.
건강하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재 삶의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다. “이 일이 꼭 성공하지 않으면 나는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결과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또 인생에서는 과정도 결과만큼 중요하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은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건강한 사고방식이다.
또한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받는 정신적 지지와 격려, 위로 등은 인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가장 큰 위로체제이다. 사업실패가 극심한 문제였다 했어도 가정에서 아내의 지지와 위로를 받았던 남편이었다면 죽음으로 문제해결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업의 성공보다는 부부관계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우선 순위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속으론 다 깨져버리고, 겉으로 명맥만 남은 가족관계에 성공과 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의 숲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정신건강을 방치하거나, 배우자와 자녀와의 문제들,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서 오는 문제들을 부인하며 피해 가서는 안 된다. 처리되지 않은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며 무게가 더욱 가중되고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다. 이제는 자신의 정신건강, 가정건강을 돌보아야 할 때이며 문제들을 직시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할 때이다. 더 이상 문제에 몰려 한꺼번에 죽음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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