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머리띠가 뜬다

2006-04-29 (토)
크게 작게
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머리띠가 뜬다

올 봄 유행의 최선두엔 헤어밴드가 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할리웃 트렌드 세터인 제시카 심슨인 선보인 삼단 머리띠가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시즌마다 트렌드를 짚어내는 모범 답안은 당연하게도 패션쇼다.
패션쇼엔 옷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유행 할 패션을 중심으로 헤어스타일도, 구두도, 핸드백도, 심지어 메이컵까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제시’된다. 심지어 모델의 손에 끼워진 반지와, 목에 걸린 목걸이 하나도 모두 트렌드의 핵심이며 디자이너들의 의도된 계산이라는 것이다.
올 봄·여름 컬렉션 런웨이(runway)들을 유심히 살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번 캣워크(cat walk)에선 디자이너를 불문하고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그리고 알다시피 이 공통점이야말로 그 시즌, 혹은 그 해 확실한 유행이자 트렌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불문가지).
늘 화사한 위트로 매니아들을 즐겁게 해주는 돌체 앤 가버나도, 한국 여성들이 열광해 마지않는 우아함의 극치 셀린느도, 전위적이면서도 시크한 디자인을 주로 내놓는 크리스찬 라크르와도 올 봄 시즌 앞다퉈 모델들의 머리에 어쩐지 조금은 촌스런 머리띠 하나씩을 떡 하니 얹혀 놓았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모두 다 한꺼번에 짠 듯이 머리띠를 내놓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당연하게도, 두말 할 필요도 없이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과감히 지갑을 열고 머리띠 하나쯤 장만해두라는 주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할리웃 트렌드 세터인 스칼렛 요한슨, 미샤 발튼, 패리스 힐튼, 린지 로한이 앞다퉈 다양한 머리띠를 하고 공식·비공식 석상에 출몰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아름다운 그녀들’ 역시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머리띠 하나씩 매고 나온다. 그렇다고 빈티지와 믹스 앤 매치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의 패션계에 이들이 제시하는 머리띠가 일률적이거나 획일적이진 않다(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샤핑에 나서 다양한 품목 앞에서 망설이다 결국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고 돌아선 이들만이 알 것이다).
기하학적이면서도 화려한 컬러로 본업인 옷보다도 스카프로 더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의 스카프를 머리띠 대용으로 매기도 하고, 정말로 80년대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 리어카에서 산 듯한 원색의 플래스틱 머리띠가 로맨틱 원피스와 함께 코디되기도 한다. 또 리번 테입을 끊어서 질끈 머리에 두르는가 하면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왕관 수준의 머리띠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내 눈길을 가장 확실하게 사로잡은 건 최근 한 파파라치의 앵글에 포착된 제시카 심슨의 삼단 머리띠. 물론 이 삼단이라는 말은 임의로 붙인 것이다. 두꺼운 옥스포드 패브릭으로 만든 스트립을 3개 연결해 만든 머리띠인데 빈티지 느낌과 함께 고급스러움까지도 전해 줘 올 봄 유행중인 사파리 룩이나 로맨틱 룩 어느 쪽과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튀고 싶다면 색색의 맑고 투명한 캔디를 연상시키는 플래스틱 머리띠도 괜찮겠다. 너무 파격적이지 않을까 지레 겁낼 필요 없다. 어차피 이제 막 시작된 유행에 편승하는 건 튀기로 작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