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기야, 엄마 먹는 음식 맘에 드니 ?

2006-04-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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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기간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하나

“만약 당신이 임신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그 날부터 당신의 인생은 전과 달라질 것입니다.” 산책을 할 때도, 허공을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볼 때도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자신으로부터 증발할 수도, 공기처럼 사려져 버릴 수도 없다. 혼자가 아니니까. 가능하면 복잡하고 왁자지껄하게 시끄럽고 더구나 미움과 다툼이 있는 곳에는 이제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 아기가 싫어할 테니까. 모든 것이 한줄기로 모아지는 미묘함을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뭐가 있더라? 그래,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지. 그 중에서도 잘 먹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장차 배가 고래만해 지더라도 거부하지 않겠다. “엄마의 쪽팔림은 순간이요, 아기의 건강은 영원한 거니까.” 임신기간 무엇을, 얼마만큼 먹어야 하는지 전문가로부터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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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영양챙기고 음료수도 많이
과일·곡류는 껍질째 먹는게 좋아
다이어트 피하고 커피도 절제해야

임신을 하고 나면 식성이 변하기도 한다. 신토불이 토종에서 양식으로 변하기도 하고 양식 체질에서 전에는 안 찾던 깻잎 장아찌, 무말랭이 무침 등 순 토종 한국식으로 변하기도 한다. 사골국물 푹 고아 만든 설렁탕에 깍두기를 엄청 먹어대더니 아이 낳고는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도 있고 평소에 찾지 않던 풋사과, 신 김치만 찾는 신 것 좋아하는 임신부도 있다.
정크푸드, 알콜, 카페인 등 아기에게 나쁜 것만 빼고는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되는 시절이지만 가능한 한 무엇이 더 좋은지, 얼마만큼이 적당량인지 알고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 ?
그래서 ‘건강한 임신을 위한 영양관리’(Nutrition for a Healthy Pregnancy)의 저자 엘리자베스 소머는 “임신부의 섭생은 아기의 성장 발달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으며 잘 먹어야 임신기간 내내 엄마가 건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임신 9개월을 3등분해서 처음 3개월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하루 2,200칼로리 정도를 먹어주면 된다. 그 후 6개월간은 여기에 하루 300칼로리씩이 더 첨가되어야 한다. 물론 이는 임신부의 신체크기, 활동량, 쌍둥이 임신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했다면 임신기간 25∼35파운드의 체중 증가는 정상이며 쌍둥이의 경우 35∼45파운드 증가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기본은 과일과 야채, 통곡류, 단백질을 많이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임신 섭생의 현명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식성만큼 고치기 힘든 것도 없다. 미국에서도 한인타운 순두부집이 잘되고 여름에는 이북 출신 사람들로 냉면집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스갯소리로 이민 와서 종교는 바꿔도 식성만큼은 못 바꾼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임신기간에는 그 까다로운 식성도 아기를 위해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안 먹던 것도 다양하게 골고루 섭취해야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무기질, 주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고.
■질에 중점을 둔다.
많이 먹어도 엉터리만 먹으면 맨 날 헛다방이다.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이왕이면 질 좋은 음식으로 골라먹어야 한다는 소리다. 전문가들은 “이 음식이 아기에게 좋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은 자제력을 길러준다고 조언하고 있다.
■절식 곧 다이어트는 하지 말아야 한다.
식탐을 통제할 수 없는 만큼 과체중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칼로리를 줄일 때가 아니다.
■간식을 잘 챙겨 먹는다.
세끼 식사를 한꺼번에 많이 하지 말고 세 중간에 간식을 첨가하는 편이 더 낫다. 적당량의 간식은 구역질과 위산과다를 막아주기도 한다.
■통째로 먹는다.
과일이나 곡류의 껍질에는 영양소가 밀집되어 있다. 가능한 한 깎아먹지 말고 잘 씻어서 통째로 먹는다.
■많이 마신다.
임신기간 혈량이 40∼50% 늘어난다. 매일 8온스의 액체를 섭취해 줘야 한다. 물이 가장 좋지만 우유나 주스 또 물이 많은 멜론, 오렌지, 토마토 등의 과일과 야채도 좋다.
■디카페인 드링크도 절제해야 한다.
적당량 마시는 것은 그리 큰 피해가 없다. 그러나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마시지 말고 식사와 식사 중간에 마시도록 한다.
■임신부용 종합 비타민을 복용한다.
미다이어트협회의 제프 햄플 박사는 “산부의과 의사가 처방해 주는 이 비타민은 혹시 부족할 수도 있는 임신부의 영양상태를 보완해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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