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허설 디너

2006-04-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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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피로연을 위시해서 결혼식은 신부측에서 주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리고 경비도 거의 전부를 신부 측에서 부담하게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결혼식 초청장도 신부 부모의 이름으로 발행됩니다. 혹시 경비를 양가에서 공동으로 부담할 경우는 양가 부모의 이름으로 나갑니다.
요새는 피로연과 결혼식에 필요한 경비를 양가에서 합동해서 부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가 공동으로 은행구좌를 열고, 공동으로 입금해서 모든 경비를 그 구좌에서 지출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신랑 신부가 직장을 갖고 있거나 사업을 하는 경우는 당사자들이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결혼식을 누가 주도하고 경비를 누가 부담을 하건 간에 리허설 후에 갖는 회식만은 신랑측에서 주도하고 경비도 전적으로 신랑측에서 부담하게 되어있습니다. ‘리허설’이라는 말은 ‘예행연습’이라는 뜻입니다. 예식 전날 오후에 예식장에 신랑 신부, 양쪽의 모든 들러리, 반주자, 축가나 시 낭송자, 주례자가 모두 모여서 행사의 예행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이 때 신랑 신부를 비롯해서 임무를 맡은 모든 이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서 낯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있을 행사의 연습을 일일이 한번 해봄으로써 다음날 원활하게 순서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관례적으로 리허설이 끝나면 저녁식사를 모두 같이 하게됩니다. ‘리허설 디너‘라고 합니다. 한국 문화권에는 없는 낱말입니다. 예행연습에 참여했던 인원은 모두 참석하며 타지로부터 온 하객이 있으면 이 모임에 참석하게 하는 것이 인사입니다.
이 모임은 양가 부모와 가족이 예식을 앞두고 좀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며, 행사비용을 부담하는 신부측에 신랑 측에서 다소라도 보답을 한다는 뜻이 담긴 모임입니다. 그리고 예식을 위해서 애를 써주는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명하는 기회이고, 타지에서 일부러 먼길을 찾아온 이들과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마당이기도 합니다.
관례적으로 리허설 디너의 경비는 신랑측에서 부담하지만, 사정상 부담이 곤란하면 신부측에서 부담하거나, 공동으로 부담을 할지언정 그냥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리허설 디너는 존중된다는 것입니다.
리허설 디너의 장소로는 고급식당이나, country club, dinner club, 호텔 식당의 독방이 선호됩니다. 행사의 진행은 신랑의 아버지가 담당하는 것이 관례이며, 행사는 신랑 아버지의 개회사로 시작이 됩니다. 특별한 순서는 가지지 않으며, 양가 가족소개가 행사의 중심이 됩니다. 식사 중에 기타의 참석자를 소개한다거나 상호 인사를 나누면서 친교의 마당으로 삼습니다. 미국문화 속의 특이한 풍습이지만, 좋은 뜻이 듬뿍 담긴 모임이니 만치 우리도 이 행사에 응분의 무게를 두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전유경 <‘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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