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든 여자가 아름답다

2006-04-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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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여자가 아름답다

건강하면서도 섹시하게 늙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탤런트 황신혜. 하루에 1,000번씩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니 아름다움에 부지런함은 필수다.

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얼굴에, 눈가에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살을 보면 가는 세월 말뚝박아 붙들어 매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었다가도, 아름답고 평화롭게 늙어가는 예쁜 인생 선배들을 보면 1년이 2년씩 흘러 이 혼잡한 청춘의 막바지가 휙 하니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은 나이 든다는 게 오히려 더 젊어지는 것과 동급의 단어가 아닌가 싶을 만큼 마흔을 넘긴 이들의 아름다움이 ‘기승’을 부린다. 간혹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뜨는 탤런트 황신혜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초등학생 딸을 둔 40대 아줌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몸매와 발랄한 표정으로 20대 아가씨들을 질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그뿐인가. 최근 ‘헝 업’(hung up)이라는 앨범을 내고 다시 우리 앞에 섹시 퀸으로 돌아온 마도나의 탄탄한 복근은 또 어떠며, 50을 넘겼다는 샤론 스톤의 아찔한 각선미는 감탄을 넘어 되레 나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왜냐고? ‘나도 나이 들어 저렇게 자기 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공포(?)에다 어느새 외모 경쟁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21세기에 서바이벌 할 수 있을지 여부 자체에 의구심이 따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중년’이 어느새 트렌드가 돼 버린 지금, 40~50대 여성들의 자기관리는 눈물겹다.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옷을 트렌디하게 소화할까 하는 다소 쉬워 보이는 문제에서부터 체중관리니 피부관리 등 장기간 인내력을 요하는 것까지 이들은 얼굴에서, 몸에서 단 하루의 세월이라도 지워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오래 전 취재 차 만났던 스타일리시한 40대 여성 디자이너는 젊은 날 자신은 참 옷 못 입는 여자였다고 고백했다. 20대의 그녀는 아방가르드 하면서도 집시 풍 옷을 즐겨 입었는데 집시 풍 스타일에서 빠질 수 없는 러플과 긴 롱스커트는 그녀의 작은 키를 더 작게 보이게 할 뿐더러 귀염성 있게 생긴 자신의 얼굴과도 너무 언밸런스해 자신도 거울 앞에 서면 어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헤미안 스타일로 허리까지 머리를 길러 작은 키는 더 작아 보였다고. 안 어울리는 줄 알면서 그 스타일을 고집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패션에도 연륜이 생기더란다.
취재 차 만난 그날 그 여인은 니렝스(knee length) 타이트한 모직 스커트에 당시로는 생소한 프라다 천의 검은색 부츠를 신고 있었다. 스커트에 매치 한 스웨터는 깜찍하되 충분히 절제된 굵은 실로 짜여진 것이었는데 당시 아톰 머리를 한 그녀와 너무 잘 어울려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나이 든다는 것은 이렇게 차근차근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게 아닌가하는 것을 그녀로부터 배웠다. 무조건 명품을 사들이고, 유행을 쫓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트렌드를, 스타일을 찾아내는 것이 아름답게 나이 드는 가장 큰 비밀이 아닐까.
물론 안다. 신뢰할 만한 스타일을 찾는다는 것은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는가.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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