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쁜 습관

2006-04-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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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회에서 사역자들이 제대로 버티지를 못했다. 제대로 사례비를 드릴수가 없을뿐더러 아무리 사례비를 많이 준다고 해도 험한 일을 겪어야 하고, 드센 아이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역자들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새로운 사역자가 오면 저분은 얼마나 있다가 나갈 것인가를 내기하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효빈 형제가 꾸준히 있어줘서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한지… 처음에 효빈 형제가 왔을 때에도 아이들이 내기를 했단다. 얼마나 있을까? 처음 두어 달은‘잘 버틸까?’에서 다섯 달, 여섯 달을 넘어가면서 ‘그런 대로 버티네. 이제 얼마 가겠어?’하던 것이 일 년이 다 되고 있었다. ‘효빈 형제는 우리 식구!’ 이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였다.
‘우리 식구!!’라는 이 호칭은 나눔에서는 엄청나게 큰 크레딧(신용)이다. 신뢰이며, 곧 그를 인정한다는 뜻이요, 존경한다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그전 나눔이 생긴 이래로 숱하게 사역자들이 바뀌었다. 가장 짧게 있었던 사역자가 두 달 정도, 그 외 여섯 달이 평균이었다.
효빈 형제는 본인이 약을 했었던 경험자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명감과 포부를 가지고 선교회의 일을 돕고자 했다. 그의 아내도 함께 선교회의 양쪽으로 날개 단 듯 나와 있는 두 방 중 한방을 사용하며 희생하겠다는 각오로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나눔에서 신혼생활 시작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효빈 형제와 그의 아내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함께 일하는 다른 봉사자들과의 크고 작은 다툼들로 끊이질 않았다. 물론 아이들하고의 문제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효빈 형제의 손버릇이었다.? 툭하면 손이 올라가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화가 나면 도대체 참지를 못하고 발산을 하여야만 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다 보니 아마도 스트레스가 무척이나 쌓였었나 보다. 그러다 결국 같은 레벨의 봉사자와 싸움이 붙게 되었다.
오피스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처음에 별문제 아닌 일로 큰소리가 간간이 오고갔는데, 그 아내가 나와서 “왜 그래요? 그냥 무시하고 들어와요”하며 효빈 형제의 일에 끼어 들었나보다. 그러자 효빈 형제는 다른 사역자에게 손찌검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 분풀이를 그만 아내에게 하고 만 것이다.
두꺼비 같은 커다란 손을 들어 그대로 아내를 때렸다. 온힘을 다 실어서 쳤는지, 아내는 정신없이 맞기만 했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을 보고 할 말을 잃은 스탭과 사무실 직원들은 순간 정지하여 몇 분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눈치 빠른 아이 하나가 그 당시 함께 생활했었던 박JD를 불렀고, 박JD는 엉겁결에 부부싸움으로 번져진 그 싸움 가운데 끼어서 이를 뜯어말리느라 발등을 찍히고, 할퀴고, 여기저기 대신 두들겨 맞게 된 것이다.
그래도 효빈 형제는 진정이 되지를 않았다. 박JD가 이제 그만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손은 막고 몸을 막아 나서는데도 효빈 형제는 이미 스스로를 다스리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박JD는 그대로 효빈 형제를 한방 날리며 소리를 있는 대로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때야 정신이 드는지 손찌검을 멈추었고, 이미 얼굴이 엉망 되어버린 아내는 울면서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맞은 것은 고사하고, 선교회에서 모든 아이들이 보는데서 얼마나 창피하였겠는가? 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효빈 형제는 얼마 되지 않아 선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나쁜 습관이란 반드시 마약이나, 술, 담배, 도박만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남편을, 혹은 아내, 자녀를 구타하는 것도 아주 나쁜 습관이며 반드시 고치고, 회개해야할 부분임을 효빈 형제는 깨달아야할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나쁜 습관에 사로잡혀 있는데 어떻게 나눔의 다른 이들을 인도할 수가 있겠는가?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한영호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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