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샤핑 안하니 좋은일 더 많이 생겨”

2006-04-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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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샤핑하지 않기’ 펴낸 50대 샤핑광 주디스 리바인

사치품 구입 않고
외식땐 벌금 물기
커피 만들어 먹어

시간·돈 절약… “친구들이 보인다”

1년간 샤핑을 하지 않고 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에 대해 샤핑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했던 50대 여성은 ‘살만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 고백의 주인공은 뉴욕에 거주하는 평범한 여성 주디스 리바인(53). 그녀가 최근 ‘1년간 샤핑하지 않기’(Not Buying It: My Year Without Shopping·사진)라는 긴 제목의 책을 출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책제목처럼 황당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2년 전 연말. 주디스는 2003년 연말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을 맞아 신용카드를 한도액까지 꽉 채워 샤핑을 한 뒤 길을 걷다 그 샤핑 백들을 모두 물웅덩이에 빠뜨리게 된다.
그녀는 순간 “샤핑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 친구인 폴 칠로와 상의해 실험삼아 1년간 샤핑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커플이 이렇게 시작해서 1년간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출간된 책이 바로 ‘1년간 샤핑하지 않기’다.
1년 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샤핑을 중단하면 친구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즉 ‘생필품을 사는 데만 샤핑을 제한하니 신용카드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고 삶이 더 행복해지더라’는 것이 결국 이 책의 주제다.
물론 이 생필품과 사치품을 결정하기란 쉽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인인 폴은 포도주를 생필품으로 간주했지만 주디스는 사치품으로 여겼다. 결국 폴이 포도주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비누와 빵, 고양이 사료, 화장실용 화장지, 헤어커트는 생필품에, 아이스크림, 크리넥스, 소다 음료는 사치품으로 분류됐다. 비싼 옷과 스타벅스 커피, 싱싱한 꽃도 필수품 목록에서 제외됐다. 스타벅스 커피 대신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신문은 계속 구독했다. 주디스는 “바보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고, 옷이 누더기로 변해 거지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샤핑 절제는 주디스와 폴에게 새로운 인생관과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들 커플은 친구들과 외식을 하면 벌금을 물기로 규칙을 정했다. 이 규칙 때문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1년간 샤핑을 절제한 대가로 8,000달러라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를 절약했다. 주디스가 책 출판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싼 옷을 한 벌 샀더니 카드 회사에서 “평소와 다른 고액 샤핑이 체크됐다”는 통지를 보내올 정도가 됐다.
주디스는 “이제 과소비 습관에서 벗어나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했다”며 “당신의 생활에서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빼면, 보다 많은 시간과 열정과 돈을 사회와 친구, 가족에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주디스는 현재 뉴욕에서 ‘단순히 살기 운동’과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 행사를 주도하고 있으며, 소비와 자원보존에 대해 자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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