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벨리 댄스 LA 상륙

2006-04-15 (토)
크게 작게
“몸과 마음 함께 흔들어요”

섹시하다고 해 야할까, 아니면 역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격렬하게 몸이 흔들리고 팔이 엉킬 때마다 드레스에 달려 있는 코인들이 부딪쳐 내는 소리가 이채롭다. 아니 너무 이국적이어서 무언가에 홀린 듯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벨리 댄스(Belly Dance)다. 말 그대로 배꼽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춤. 현란한 의상과 그보다 더 화려한 몸놀림. 신성한 제의식인냥 너무나 진지한 표정은 어느새 문자 그대로인 나를 잊은 무아지경에 이른다. 패션을 넘어 취미에도 트렌드가 따라붙은 웰빙시대에 벨리 댄스는 핫 트렌드 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선 전문직 여성들이 벨리 댄스 클래스 수강 자체가 트렌드 세터임을 증명하는 그 무엇이고, 요가에 지친 미국의 젊은 여성들도 벨리 댄스 배우기에 팔 걷고 나섰다. 무엇이 이들을 이처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지 벨리 댄스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HSPACE=5

벨리댄스 클래스를 수강중인 학생들이 강사인 라일라(왼쪽에서 두 번째)씨와 함께 벨리댄스 포즈를 취했다.

HSPACE=5

벨리댄스에 심취해 전문 클래스까지 개설한 진 발레스쿨 진 최 원장이 벨리댄스를 추고 있다.

HSPACE=5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를 이용해 벨리댄스를 하고 있는 수강생들.

HSPACE=5

강사인 라일라씨의 설명대로 동작을 따라해 보는 수강생들. 언뜻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막상 댄스에 들어가면 엄청 힘들다는게 수강생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벨리댄스 클래스 가봤더니…

격렬한 쉬미동작
좌우 흔들기까지
1시간 반복 운동
다리가 후들후들

봄이라곤 하나 아직도 제법 쌀쌀한 공기로 심하게 몸이 움츠러들던 지난 5일 오후 2시. LA 한인타운에선 처음으로 벨리 댄스 강좌를 개설했다는 한 댄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국적인 음악에 맞춰 10여명의 강습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댄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강사는 푸른 눈의 금발 아가씨. 20~30대쯤으로 보이는 강습생들이 진지하게 춤에 몰두하고 있었다. 댄스 클래스 치곤 고요했다.
수강생들이나 강사나 다들 스튜디오에 설치된 대형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된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특별한 교감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언뜻 표정이 즐겁다기보다는 막 도닦기에 들어선 수행자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러나 착각도 이만한 착각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수강생들의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고 다들 이마엔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만만하게 생각했다는 큰코 다칠 게 틀림없어 보인다.
벨리 댄스를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됐다는 김수진(35)씨는 “이게 그냥 보면 쉬워 보여도 허리와 배 운동이 얼마나 심하게 되는지 모른다”며 “한시간을 하고 나면 전력질주를 하고 난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한다. 덕분에 일주일이 지난 지금 눈에 띄게 뱃살과 허리 살이 빠졌다고 귀띔한다.
도대체 살짝 살짝 허리를 흔들고 비트는 정도로 뭐 그렇게 살이 빠진다고 난리일까 싶어 강사에게 동작을 물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긴 아니다. 벨리 댄스는 어떤 동작에서든지 처음부터 끝까지 배에 힘을 준 상태에서 안으로 배를 넣었다 밖으로 내밀었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 쉬미(shimmy)라는 동작을 기본으로 한다.
거기에 허리와 골반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까지 함께 하니 조금만 해도 등에 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다.

상황이 이러니 조금만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처럼 살도 살이지만 무엇보다 벨리 댄스가 수강생들을 사로잡는 것은 섹시하면서도 이국적인 옷을 입고 벨리 댄스를 추고 있는 자기 자신이다.
이제 시작한지 일주일이 채 못됐다는 김은아(35)씨는 “평소에는 못 입어보는 섹시하면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즐거움”이라며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함께 배우게 된다”며 벨리 댄스 예찬론을 폈다.
그래서 요즘은 웬만한 규모의 피트니스 센터나 댄스 스튜디오에서는 벨리 댄스 클래스가 우후죽순 개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벨리 댄스 클래스를 개설한 진 발레스쿨 진 최 원장은 “처음엔 배꼽을 드러낸 탱크 탑이 부담스럽던 회원들도 갈수록 열성적으로 변한다”며 “열정적으로 춤을 추다보면 자신감이 고취돼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하게 된다”고 말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