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범수의 선교하는 삶 ‘파푸아 뉴기니서 온 편지(1)’

2006-04-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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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체가 1일 권이 되었다지만 파푸아 뉴기니는 아직 아니다. LA를 떠난 선교팀 일행 다섯 명은 비행기를 몇 번씩 갈아타고 작은 배로 험한 바닷길을 건너 파푸아 뉴기니의 타바섬으로 향했다.
남태평양에 떠있는 이 작은 섬나라에는 홍성호, 현숙 두 분의 한국인 선교사가 위클리프 선교단체 소속으로 성경번역에 헌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부족마다 제각각 800여 가지나 되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나마 말로만 전해질 뿐, 글이 없기 때문에 성경 말씀을 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두 분의 수고와 헌신이 마침내 열매를 맺어 신약의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 찬송가 300곡이 그들의 언어인 만다라어로 번역되었고 우리 일행은 쪽성경 봉헌식 감사예배일정에 맞추어 타바섬을 찾게 되었다.
봉헌식 날, 하루 전까지도 무섭게 퍼붓던 빗줄기가 그치고 적도의 뜨거운 태양이 쏟아져 내린다. 거칠던 파도는 자고 바다는 잠잠하다. 예배 시간을 알리는 고동이 울린다. 흩어져있는 네 개 섬의 주민들이 모여든다. 그들의 피부는 검다. 모두들 나뭇잎으로 몸을 치장했다.
홍 선교사 부부가 새 성경을 들고 입장하자 양쪽으로 늘어섰던 사람들이 기쁨에 넘쳐 찬양하며 춤을 춘다. 이번 봉헌식에는 그동안 영어 성경만 고집하던 안식교인들과, 천주교, 오순절 교회, 감리교인 까지 모두 새 번역서 편찬을 축하하기 위해 참여했고 그들이 한 목소리로 만다라어 찬양을 합창했다.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주 영광 찬란해 이 세상 어떤 빛보다 이 빛 더 빛나네~~~”
땅 끝에서 울리는 찬양은 언어가 달라도 같은 곡조, 같은 감격으로 우리 영혼을 적셨으며 하나님께 드리는 아름다운 기도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홍 선교사 내외는 17년전, 컴퓨터 언어컨설턴트로 처음 파푸아 뉴기니에 왔으며 2년 뒤에는 ‘성경과 찬송가를 그들의 부족어로 번역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 당시 7, 5, 2살, 그리고 백일 지난 아이까지 넷을 데리고 타바섬으로 건너왔다. 휴즈 항공사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던 이들 부부는 성공적인 미래와 현재의 안락한 삶을 모두 뒤로하고 그들 가운데 섞여 살아가기 시작했다.
성경 번역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의 언어를 습득하는 일이었다. 말을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한데 도무지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낮이면 다들 밭일을 하러 갔고 외국인을 보면 수줍어하며 피해 다니는 주민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그들과 같은 집에서 자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병에 걸려가며 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혀나갔다.
처음 4년간 타바섬의 네 개 섬 지역을 다니며 각 마을에서 3, 4개월씩 살았는데 이 기간 동안 만다라어의 여러 방언을 비교하고 음성과 음운을 분석하며 만다라 글자와 철자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타바섬에는 만다라어 초등학교가 7개나 세워졌다.
성경 번역팀의 현지인 지도자 데이빗 쏨바라 장로의 말은 우리 모두에게 큰 도전을 주었다.
“오늘 이 성경이 우리 손에 전달되기까지 해외의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물질의 헌신이 있었음에 감사한다. 홍 선교사 부부와 네 자녀는 이를 위해 그들의 삶을 바쳤다. 이제 이 생명의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 모두 성숙해 가기를 기도한다”
우리 일행도 땅 끝까지 나가 복음을 전하라 하신 말씀에 순종하는 기도를 올렸다.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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