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체-정신, 그리고 영혼 채워주는 승마

2006-03-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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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정신, 그리고 영혼 채워주는 승마

함께 말을 사랑하는 공감대로 모임을 유지해온 내이처 스테이블스 회원들이 일요일 오후 따뜻한 햇볕 속에서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있다.

네이처 스테이블스 말타는 한인들

‘말의 두 귀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바로 천국의 바람이다’라는 아라비아 속담이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취미가 있어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공이 티를 떠나 새벽 안개를 가르고 날아가는 순간 모든 스트레스와 잡념을 떨쳐버린다고 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시간 이상 달린 뒤 더 이상 숨가쁜 느낌을 감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몸이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기분 때문에 뛰고, 또 뛴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어떤 취미생활, 어떤 스포츠가 천국의 빛을 살짝이라도 보여줄 수 있을까. 한인타운에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레이크 뷰 테라스 산등성이의 목장. 주말마다 시원스레 펼쳐진 이 곳의 자연 속에서 말과 하나되어 ‘천국’의 문턱에 서는 한인들을 찾아 승마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전 한국 국가대표 승마선수와 전국체전 미주 대표 출전 경력을 가진 베테런에서부터 1년 남짓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승마 클럽.
이름도 붙이지 않은 모임이지만 열명 남짓 소수로 구성된 회원 대부분이 10년지기로, 함께 말을 사랑하고 돌보고 의지하며 지내온 사이. 거의 매주말 회원 대부분이 가족을 이끌고 엔젤스 내셔널 포리스트 서쪽 끝에 위치한 한인 소유의 목장 내이처 스테이블스(Nature Stables)에 모인지도 벌써 수년째.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관(instructor) 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말과 승마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모임인 만큼 소유하는 말들 또한 10년 넘게 주인과 함께 해 온 연륜을 가지고 있다.
모임 자체가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목적보다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통된 취미와 철학을 나누는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목장 분위기 또한 가족 농장처럼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이다. 10여마리의 말을 관리해 주는 마구간과 간단한 운동 및 연습을 할 수 있는 널찍한 울타리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산을 타고 1시간, 또는 2시간 길이의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오솔길이 가까이 있다.
이런 평화로운 공간을 한 번 찾아 오면 어떤 활동이라도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말을 관리하고 승마를 즐기기에 더없이 적합해 보이며,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승마의 좋은 점을 설명하는 열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승마의 장점은 첫째, 건강에 좋다는 것이고, 둘째, 정신적으로 자신감과 편안함을 배우는 것, 그리고 셋째, 관계성의 회복으로 인한 영혼의 충족을 얻는 것”이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승마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장이 좋아졌다거나 몸의 균형이 향상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에 대해 14년 승마경력을 가진 송성관씨는 “승마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온몸의 밸런스를 맞춰주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할 수 있는 훌륭한 스포츠”라고 지적해 준다. 또한 이 곳 회원들은 승마를 위해 요가, 단전호흡, 근육운동 등을 꾸준히 함으로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중학교 때 처음 말을 접하여 국가대표 및 선수 생활을 오래 했었다는 윤영목씨도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겁을 먹고 말과 맞지 않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그런 심리적인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터득하면서 결과적으로 말과 하나가 되는 관계를 맺는다”고 설명해 준다.
승마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시작할 때는 단순히 말에서 떨어지지 않고 달리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이내 승마가 단순한 동작이나 지식에서 습득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는 것.
승마를 배우려면 우선 말에 올라탄 자신이 편해야 하고, 그런 편안함을 말에게 전달하여 말을 편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즉,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와 함께 하는 작업인 이상, 상대인 말에 대한 배려 없이는 승마를 즐길 수 없다는 뜻이다.
또 한가지 승마가 주는 이점으로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문제 해결과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것. 따라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특히 권장할 만한 운동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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