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미국제 영성에 속지 말라’

2006-03-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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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연히 CNN 방송의 ‘래리 킹 라이브’에 나온 로버트 슐러 목사 부자의 모습을 잠깐 보았다. 그동안 50년 넘게 수정교회를 이끌어온 아버지 슐러 목사가 아들(로버트 슐러 2세) 목사에게 교회의 담임권을 물려주는 장면이었다. 자기의 목에 걸렸던 펜던트를 아들에게 전해주는 부자의 모습은, 교회의 목사들이라기보다는 왕위를 세습하거나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받는 세속의 모양을 연상시켰다.
이젠 가든 그로브의 명물이 되다시피 한 수정교회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교회의 건축은 물론 부활절이나 성탄절과 같은 큰 기독교 절기마다 벌이는 ‘쇼’에 가까운 행사 등으로도 유명하다. 또 슐러 목사의 ‘적극적 사고 방식’은 한때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도 사로잡은 바 있다.
언젠가부터 TV 설교시간에 잘생긴 외모와 부드러운 말씨로 부흥사보다는 믿음 좋은 친구처럼 느껴지는 조엘 오스틴 목사를 자주 보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존 오스틴 목사가 돌아가신 후 레이크우드 교회를 계승해서 담임목사가 되었고, 그후 이 교회는 매주 3만명이 찾아오고 1만6,000석의 좌석을 가진 초대형 교회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주는 교회가 되었다. 또 최근에는 ‘긍정의 힘’(Your Best Life Now)이라는 그의 책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어 더 유명해졌고,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다.
소위 잘 나가는 두 교회를 흠 잡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단지 우리 현대 기독교인의 연약해지는 영성을 심히 염려한 A.W. 토저의 지적처럼 혹 현대 대형교회가 예배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많은 뭇 사람들을 위한 ‘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복음은 위대한 포장일 뿐 목사들의 메시지가 자칫 ‘적극적 사고방식’ 또는 ‘긍정의 힘’이 상징하는 자기 개발이나 심리 치료에 가까운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올 연초 한인 서점가에서 베스트 셀러 1위를 기록한 조엘 오스틴 목사의 책만 해도 그렇다. 인간의 자긍심과 건강한 자아상을 강조하여 자기 개발을 독려하고 ‘믿는 대로 된다’는 자기 암시와 심리 치료 효과로 가득할 뿐 단 한마디, “회개하라”는 일침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 책의 소개용 글귀에는 “그(오스틴 목사)는 죄인더러 회개하고 닦달하거나 소리치지 않는다”라고 자랑스레 씌어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교회, 정말 과연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이 충만한 때문일까. 혹 하나님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변질된 부끄러운 영성, 즉 참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필연적인 회개는 없고 자기 개발과 성공신화만 가득한 인문주의로 가공된 복음 때문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마이클 호톤 교수의 지적처럼, 현대 복음주의에서는 복음이 실용주의와 자아도취주의에 가위 눌려, 자칫 십자가 신학을 기피하고 영광의 신학만을 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충고한다. 부와 번영의 복음, 긍정적 사고방식의 복음이 아니라 오직 십자가의 복음만을 믿으라고. 그래서 미국제 영성에 속지 말라고.
십자가로 돌아가자. 예수님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자신을 부인하라 하셨다. 그래서 먼저 모범을 보이셨다.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다. 회개가 없는 복음, 십자가와 자기 부인이 없는 복음은 진정한 복음이 아니다.


홍영화 박사
(UC 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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