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철이 철을 날카롭게하듯’

2006-02-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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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숙명여자 대학교 입구로 올라가려면 경인선 철도와 나란히 달리는 청파동 길을 만납니다. 이 길에는 1960년대에 작은 공장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동네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저에게는 등하교길 작은 철공소들이 신기한 구경거리였습니다.
쇠를 용접하느라 불꽃이 튀는 모습과 용접봉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는 동네에서 친구들과 다방구(?)하는 것보다 재미있고 신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철판을 불꽃 토치로 자르는 모습이 하도 이상해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쇠로 다른 쇠를 깎아내는 모습이 마치 대패로 나무를 깎아내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엿장수 아저씨가 ‘강원도 호박엿!’이라 외치며 대패로 밀어서 말아주는 엿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철로 철을 깎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이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는 말씀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요즈음 이 같은 축복된 만남을 통하여 지혜롭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최근에 특별한 기회가 주어져서 한국 교회와 이곳 LA 교회를 목회하는 믿음의 거목들을 가까이서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목회라는 넓은 분야 속에서 하나님이 부르신 각 자의 영역에 힘을 쏟으며 최선을 다해 하나님이 주신 믿음의 터전을 일구어 내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지금까지의 목회 여정은 저에게는 커다란 자극이요 도전이었습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며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 눈이 떠지기도 했습니다.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동반 라운딩을 경매에 부쳐 자선 사업체에 기증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번 같이 골프를 치는 데 15만달러 가량 한다니 가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지만, 그 돈을 가져다 부어도 얻을 수 없는 골프의 정수를 배울 수도 있겠다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분들과의 만남이 또 한 분을 기억나게 했습니다. 그 분은 제가 신학교 시절 교육전도사로 모시고 있던 지금은 은퇴하신 목사님이십니다. 그 어른은 군대 훈련시절과 고등학교 교련시간을 제외하고 제 일생 중에서 저를 가장 호되게 혼을 내시고 야단치셨던 목사님이셨습니다. 작은 교회의 구석에 있는 목양실에서 성경과 헬라어 성경, 다른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늘 씨름을 하셨습니다. 그 어른은 그 교회에서 은퇴하실 때까지 19년을 넘게 계속 주일 1, 2부를 완전히 다른 설교를 성실하게 준비하셔서 전하셨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상상을 못 하였지만 지금은 그분이 너무나도 커다랗게 보입니다.
목회의 여러 면에서 특히 돈에 관해서 깨끗한 길이 무엇인 지를 가르쳐 주셨던 분. 설교 준비를 하다가 클라리넷을 연주하시며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으러 다니셨던 분. 유학을 와서 이민 목회하는 후배 목사가 다양한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며 자신이 보던 책들을 한국에서 몇 개월에 한번씩 10년가량 보내주셨던 어른. 은퇴해서 취미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젊을 때부터 준비하라’ 지금도 성화를 하시는 어른입니다. 저의 삶에 도전을 주시고 본을 보여주시던 분이십니다.
오늘도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일상의 만남을 통하여 하나님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을 축복되게 하며 지혜롭게 하는 대열에 부족한 저도 사용하여 주시기를 갈망하며 이 길을 갑니다.


고 태 형 목사
(선한목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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