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진실한 사람’

2006-02-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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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 프로그램 중 패밀리 퓨드(Family Feud)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나와서 경쟁을 하는데, 미리 설문조사를 통하여 얻은 결과를 맞히면 설문조사 숫자만큼 점수를 얻는 형식으로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입니다.
그 중에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나쁜 줄 알면서도 하고 있는 버릇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첫 번째가 건강하지 않은 식품을 자꾸 먹는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거짓말(lying), 세 번째가 속이는 것(cheating)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거짓말과 속이는 것의 숫자를 합치면 나쁜 줄 알면서도 하는 첫 번째가 됩니다.
그것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사과나무를 도끼로 잘랐던 것을 그대로 고백한 정직함이 이 나라의 국부인 워싱턴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였는데, 왜 이렇게 변하였을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더욱이 우리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무엇이라 대답이 나올까? 세상 사람과는 달리 그 숫자가 적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럴까? 더 나아가 내 자신이 얼마나 진실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마음속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인간의 진실함이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 개인의 양심과 신앙양심에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그 진실함을 입으로 표현하지 못하는데 우리의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진실함이 결여된 세상에서 살기 때문에 나 혼자 진실함을 말하고 행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기에, 당연히 자기방어의 차원에서도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아픔을 덜기 위해서, 또 기쁨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의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일에 습관화가 되어질 때, 또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진실함을 감출 때 거짓이 만연한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진실함이란 무엇일까요? 사과박스를 만들 때 겉에 있는 사과와 똑같은 크기의 사과가 밑줄에도 있어야 진실함입니다. 가판대에서 신문을 꺼낼 때 한 부만 꺼내는 것이 진실입니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는 것이요, 아름다운 것입니다. 요즈음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진실함이 결여될 뿐만 아니라, 진실이 아닌 것이 아름답게 미화된 경우가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그것이 드라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 가운데로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입니다. 더욱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진실함이 실종되었거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할 때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습니다. 신앙생활이란 진실함과 같이 가야 하는데…
자신에게 외쳐 봅니다. 진실한 사람이 먼저 되고 목사의 직분을 감당하자고.
기도를 합니다. 진실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되고, 진실함으로 존경받는 기독교인들이 되게 해 달라고. 그래서 진정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새해에는 진실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 영 호 목사
(성림한인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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