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고 싶은 이야기 ‘더 좋은 만남을 위해’

2005-1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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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이른 아침 낙엽 진 오솔길을 걷다가 나무에 기대서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니 싸늘하고도 투명한 대기 속에 겨울의 마지막 조락을 예고하고 있는 그 쓸쓸하고도 애잔한 풍경이 나를 에워싸며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일말의 비애를 느끼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거기에서 보는 까닭일까? 다 벗어 알몸을 찬바람에 맡기고 여리게 떠는 가는 가지의 모습이 쓸쓸하다못해 가슴이 아려온다.
이제 또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뜯으며 지는 한해를 아쉬워 할 참이다. 누구나 한해를 보낼 때는 먼길을 걸어온 사람같이 뒤를 한번쯤 돌아보고 그때 나의 뒷모습이 과연 당당했는지 또 당당한 모습으로 만났는지를 생각게 한다. 모두가 새해를 시작할 때 꿈과 희망을 갖고 새 계획을 세워 더 커가기를 바랬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커간다는 것은 곧 사람들과 만남을 더 크게 하며, 그 만남을 더 잘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 더 좋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로 만남으로 인해 이해하고 신뢰하며 서로의 인생을 풍부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정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남이 시작된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 형제로부터 이웃과 친구, 선생님, 그리고 남편과 아내 등등을 만나면서 커왔고 인생도 달라져왔다. 또한 우리 이민 사회에선 누가 공항에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 직업을 얻고 삶이 바뀐다고 도 한다.
이렇게 모든 만남은 소중하고 귀한 것인데 그 중에서 하느님과의 만남은 우리 인간에게 최대의 축복일 것이다. 그 만남의 순간, 감격과 감사, 그리고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가장 가난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아기 예수님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오신다.
우리는 그분과의 만남을 위해 마음을 준비하고 그분 오심을 환영하며 또 마음 안에 정중히 모셔 항상 머무르시도록 해야한다. 한편 우리의 자세를 가장 낮출 때 그분은 우리를 만나러 오시기에 부담이 없어 좋아하실 것이다.
붉은 눈물을 지우듯 단풍은 나무로부터 떠나가고 멀리 보이는 산도 이젠 그 타오르던 격정을 멈추고 있다. 한때 황홀하게 타오르던 숨찬 불꽃들로 그저 자기 열정에 홀로 뜨겁고, 격정에 몸 저리며 아파하던 세월은 언제 기억해도 마음이 아린 것이다.
특히 12월은 한해를 보내기에 아쉽고 서글퍼지지만 또 한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되며 더욱이 오늘 이 시간이 어느 날의 내 아름다운 과거가 될 것이기에 우리는 지금의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소흘히 할 수가 없다. 올해 좋은 만남이 있었다면 소중히 간직하고 또 더 좋은 만남을 위해 조용히 눈을 감고 주님께 무릎을 꿇을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시간 ‘능력을 가지시고 지혜로우신 오직 한 분뿐이신 하느님께서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을 받으시기를 빕니다. 아멘’


임 무 성
(성아그네스성당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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