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먼저 낮은 곳으로” 봉사하는 종교 지도자를 만나다

2005-1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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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보름 앞둔 연말, 한국 종교계 유명 지도자들이 잇달아 LA를 방문, 미주한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3세계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일하는 정토회의 법륜 스님과 장애인공동생활체를 세우고 그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작은 예수회의 박성구 신부. 종교적 신념을 삶에서 실천하는 두 성직자를 세밑에 만나보았다. <신경민 기자>


정토회 법륜 스님

음식 안남기기‘빈그룻 운동’
올 참가자 100만명 돌파 전망
북 난민 지원-비료 보내기도


욕심, 빈곤 및 환경파괴 등 사회의 전반에 걸친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활동을 펼치는 법륜 스님. 책 내랴, 빈그릇 운동 보급하랴, 북한 난민 지원 활동하랴 한국 정토회 법륜 스님은 2005년 한해를 가장 바쁘게 보낸 인사 중 한명이다.
법륜 스님은 산속에 묻혀 수행 외길을 걷는 여느 스님과는 달리 개신교 목사들과 친분을 갖고 공동 출판회를 갖기도 하고, 정토회가 추진 중인 빈그릇 운동 100만번째 서약자로 노 대통령을 초빙해 눈길을 끄는 등 사회참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난 달 ‘붓다, 나를 흔들다’를 펴낸 법륜 스님은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를 쓴 이현주 목사와 공동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목사와는 그가 ‘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를 낼 당시 추천사를 써주었던 인연으로 만나 “서로 잘 통하는 것 같다”며 종교를 떠나 지속적인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법륜 스님은 “세상에서 말하는 종교간의 벽은 인간이 만들어낸 ‘마음의 벽’일 뿐”이라며 상대를 만날 땐 불자와 기독교인, 가톨릭신자 등으로 나누지 말고 ‘사람’으로 바라볼 것을 당부했다.
정토회가 지난해 9월부터 벌여온 대중 환경운동인 빈그릇운동은 ‘내 밥그릇을 비워 음식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서약으로 현재 90여만명이 동참해 올해 안에 100만명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륜 스님은 또한 이번 방미 길에는 워싱턴 DC과 뉴욕 등에 들러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앤드루 낫시오스 처장을 비롯해 미 관계자 및 국무부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 북미간 갈등요소로 대두하고 있는 위폐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은 배급을 감시할 요원만 확보되면 여전히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에 지원할 방침”이라고 희망적인 내용을 전달한 법륜 스님은 “오랜 기근에 시달려온 북한은 90년대 홍수와 잇따른 가뭄피해로 아직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륜 스님은 그동안 북한의 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비료와 종자, 농기구 등을 지원했으며, 어린이들에게 필수영양소를 제공하는 급식지원을 위한 공장을 세우는데 앞장서왔다.
그는 “불자라면 반드시 중생을 고통 속에서 구원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진정한 화해와 평화에 이르기 위해 두려움과 의혹을 버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길 당부했다.


작은 예수회 박성구 신부

한·미·중국등 40여개국에
장애인 생활공동체 설립
편의시설 확충·계몽운동 전개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안 보이는 우리의 참 모습입니다”
장애인공동생활체인 한국 작은예수회 설립자 박성구 신부. LA 분원을 방문한 그는 “인간은 모두가 장애인이고 모두가 일반인이다. 밖으로 보이는 장애된 모습보다 더 중한 장애가 영적인 장애이며, 우리 모두는 장애인이다”고 말했다.
작은예수회는 영적 장애를 깨닫는 자들이 신체적 장애인들과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복음의 정신으로 완성의 기쁨을 누리며 세상의 큰 빛과 소금이 되길 바라는 설립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장애인 가족 복지대회 및 마라톤대회를 실시하는 한편 전국 성당을 순회하며 복지의식 계몽교육을 위해 힘쓰고 장애인에 대한 이동권과 편의시설 확충, 장애인 의식개혁 운동 전개해왔다.
박 신부는 “고통받는 장애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나의 소명입니다”고 밝히며 “예수님과 열두제자들이 하느님을 모시고 온 세상 사람들을 빛으로 살게 하였듯 현재의 삶 속에서 이를 재현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주위의 고통받는 이웃을 살피며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누는 일에 동참하길 당부했다.
작은예수회는 한국과 미국 LA를 비롯해 중국, 브라질에 해외공동체를 둔 40여개의 단체를 가지며 작은예수 수도회, 수녀회를 비롯해 평신도모임인 재속회, 성소자를 위한 제반활동을 돕는 성소후원회, 피정, 기도회를 주관하는 성령봉사회 등이 있다.
박 신부는 “특히 ‘예수와 함께 삶의 기쁨을’이 모토인 작은예수회 수도회, 수녀회는 세계 최초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통합 수도회로 양성된 수도자들은 장애인공동체 및 수용보호시설에서 사도직을 수행한다”며 장애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고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설명했다.
1976년 사제 서품을 받은 박신부는 천호동 성당 보좌신부, 육군 보병 군종신부, 성산동 성당 주임신부직을 역임한 후 1984 작은예수회를 설립했으며, 1992년 작은예수 수도회와 수녀회를 창립했다. 저서로는 ‘빛으로 오시는 당신은 내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마음속에 대자연을’ ‘노래하는 십자가’ ‘공날이 공날입니다’ ‘온 세상 남·녀·노·소 작은예수로 하느님께 영광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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