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해피 할러데이?

2005-1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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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성탄과 연말은 세월이 유수와 같음을 실감하게 한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가끔씩 일몰의 광경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흔치 않은 멋진 장면이라서 집중해서 보려고 한다. 그렇지만 분명히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치 순식간에 누군가가 해를 손으로 힘주어 내리누른 것처럼 어? 하는 사이에 보는 듯 마는 듯 하게 벌써 져 버렸음을 본다. 적지 않은 일몰 장면을 보았지만 넉넉하고 여유 있게 엔조이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태양이 수평선에서 순식간에 떠오르고 순식간에 지는 것처럼 세월도 인생도 이렇게 빠른가 보다.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자칫하면 유한하고 덧없이 허무하게 끝낼 수도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요 인생이 아닐까?
성탄이 다가오고 있다. 언젠가부터 Merry Christmas라는 말이 Happy Holiday라는 말로 슬그머니 대치되어 버렸다. 특정종교의 편향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치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린다는 말처럼, 성탄의 본질이 왜곡되고 변형되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성탄이란 무엇인가? 유한하고 덧없는 인간에게 영원하고 참된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역사와 시간의 공간 안으로 들어오신 사건이다. 그렇다면 성탄은 Happy Holiday라는 추상적인 이름 안에서 먹고 마시며 야단법석 대는 분위기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머금은 자들이 그 생명의 기쁨을 더불어 나누는 우리의 작은 몸부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성경은 한 인간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을 한다. 인간이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다. 왜 소중할까? 바로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 소멸되는 순간 인생은 하나의 쓰레기에 불과하다.
가끔씩 TV를 통해서 비춰지는 끔찍한 사고나 재난의 현장을 눈여겨보라. 거의 예외 없이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는데 시신의 모습들이다. 길바닥에 천 조각으로 덮어져 있든지, 아니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가정의 소중한 가족이다. 그러나 막상 코끝의 호흡이 멈춰버리니까 그 순간부터는 길바닥에 천으로 덮여 방치되는 쓰레기가 된다. 만약 그분에게 생명이 남아있었다면 그렇게 방치했겠는가? 가장 신속하게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병원으로 이동시켰을 것이다. 인생이란 생명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소중한 것이다.
우리에게 참 인간의 생명을 회복해주기 위하여 신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신 크리스마스! 올 성탄은 사랑과 관심으로 우리의 시선을 조금 돌려 주변에 있는 외롭고 힘든 이웃들을 향해 소중한 사랑과 생명을 나누고 그 생명의 열매를 낳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Merry Christmas!

김 병 호
(횃불교회 목사)
(LA 기윤실 실행위원)
(213)387-1207.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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