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신도의 성경이야기

2005-1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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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신약의 첫 네 권인 복음서가 신약 중에서 제일 먼저 쓰여진 것은 아니다. 바울 서신의 대부분이 복음서보다 먼저 쓰여졌고 나머지도 복음서와 거의 같은 때에 기록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복음서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으로 신약의 ‘근간’이 되고 ‘중요한’ 몫을 한다.
복음서는 주후 65년에서 100년 사이에 쓰여졌다. 복음서의 저자는 확실치 않고 처음에 쓰여졌을 때는 익명이었으며 마태, 마가 등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2세기에 이르러서다. 제일 먼저 쓰여진 것은 마가복음이고 제일 나중 쓰여진 것은 요한복음으로 알려져 있다.
마가복음이 쓰여졌던 때는 유대인들의 로마에 대한 항거투쟁이 절정에 달했던 때로 예루살렘과 성전이 로마제국에 의해서 점령당하고 파괴됐던 시기다. 이런 어두운 영향은 마가복음에 반영돼있으며 그래서 이를 ‘전시복음서’라고도 한다.
마태복음은 마가복음보다 10년 내지 20년 후에 쓰여졌고 그 당시 크리스천 유대인 공동체가 다른 유대인들과의 사이에서 경험한 갈등을 많이 다루고 있다. 누가복음도 같은 때에 쓰여진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누가복음은 두 권으로 쓰여진 책의 첫 권이고, 두 번째 책이 사도행전이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저자는 마가복음과 ‘Q’라고 알려진 예수의 초기 가르침의 자료를 토대로 이들 복음서를 썼다. 그것이 이 세 복음서를 ‘공관복음서’라고 부를 만큼 많은 유사점을 갖게된 이유이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이들 공관복음서와는 많이 다르다. 많은 담론과 풍부한 상징성이 담겨져 있으며 이를 ‘영적복음서’라 부르기도 한다. 예수의 행적에 대해서도 공관복음과 다르게 기록된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예수의 공생활동 기간이 공관복음에는 일년 동안이었든 것에 반해 요한복음에는 삼 사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예수의 메시지도 공관복음에는 주로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지만 요한복음에는 예수 자신에 관한 얘기가 많다.
복음서는 보편적인 의미에서 ‘공인으로서의 예수’의 활동과 메시지가 수록된 ‘일반 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복음서에는 예수가 공생활동을 하기 이전의 사적 생활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그래서 복음서의 ‘경전화된 예수’(the canonical Jesus)에 대한 기록을 나사렛 예수에 관한 역사적 기록으로 혼동하거나 착각하기 쉽다.
경전화된 예수에 관한 기록을 문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착각하면 복음서 본문의 풍부한 의미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복음서는 더 이상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은유적 이야기가 되지 못하고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기록한 것에 그치고 만다.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의 비교종교학 교수인 오강남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4 복음서는 한 마디로 ‘믿음의 기록, 믿음에 의한 기록, 믿음을 위한 기록’이다. 객관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쓴 역사문헌이 아니라 철두철미 ‘신앙고백서’이다. 사진기자가 사진기로 찍어놓은 스냅 사진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이 믿음의 붓으로 유화 그리듯 그려놓은 초상화이다


이 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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