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9만9천 달러 보다 45만에서 52만 달러”

2005-12-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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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만9천 달러 보다 45만에서 52만 달러”

주택시장이 둔화되면서 단일가보다 가격대를 제시하는 판매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켓 둔화 따라 ‘가격대’ 리스팅 인기
단일 가격 제시보다 판매가능성 높여

집은 잘 안 팔리고 시장에 내놓은 기간은 점점 늘어지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집을 시장에 내놓을 때 보통 하는 식으로 하나의 가격으로 정하지 않고, 이 가격에서 이 가격 사이면 팔겠다고 제시하면 어떨까. USA투데이지는 최근 주택판매가 둔화되면서 가격대를 제시하여 더 많은 잠재고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격대 판매(value range marketing)로 불리는 이 방식은 예를 들어 50만달러 가치의 집이라면 50만달러에 집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47만5,000에서 52만5,000사이’ 식으로 시장에 올린다.
이렇게 했을 경우 높은 가격이었다면 아예 새나갔을 고객이 매매 권역에 들어온다. 가격 때문에 지나쳤을 바이어와 셀러가 만날 기회가 생기며 그로 인해 판매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 부동산 에어전트는 이 방식을 낚시에 비유한다. “외바늘 낚시보다 바늘을 여러 개 달면 고기를 잡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가령 33만9,000달러에 내놓는다면 31만달러 내에서 집을 찾던 사람은 비켜난다. 하지만 29만9,000~33만9,000달러로 집을 내놓는다면 그는 잠재적 바이어로 들어온다고 칼스배드의 에이전트 칼턴 런드는 설명한다.
원래 호주에서 나온 이 방식은 미국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일부 에이전트들이 사용했으나 별 인기가 없어 확산되지 못했으나 요즘은 유행이다. 샌디에고 카운티의 경우 올해 성사된 거래의 57%가 가격대에 의한 거래였다. 2000년에만 해도 불과 10%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대세다.
칼스배드의 제리 프로반살은 72만5,000에서 77만5,000 사이 가격으로 내놨는데 시장에 올린 최고가격보다 6,000달러를 더 받고 팔았다. 복수 오퍼들이 들어와 경쟁 때문에 더 올라간 가격에서 매듭이 지워진 것이었다.
가격대의 낮은 쪽에 바이어가 몰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경쟁에 활기를 불러들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전략은 제대로 통할까 하는 의구심과 변화를 싫어하는 에이전트들 때문에 미국에서는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슬로 마켓에서는 효과가 있어 인기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격대의 낮은 가격이 바이어들을 끌어들이고, 일단 들어온 다음에는 서로간의 가격 경쟁을 통해 거의 대부분 진입가격 이상으로 올라간다. 일례로 13만9,000달러에 50일 이상 시장에 나와 있었으나 팔리지 않았던 집이 10만9,000에서 12만9,000 사이 가격으로 바꾸자 일주만에 팔렸다. 10만9,000에 들어온 오퍼들도 있었으나 12만5,000을 써넣은 바이어에게 집은 팔렸다.
그러나 가격대 판매방식은 겉으로는 요란하지만 실제 성사되는 가격은 단일 가격 제시 때와 다름이 없어 무슨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며 마케팅상의 눈가림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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