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씀 따르니 종교 장벽 없더라”

2005-1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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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불선 넘나드는 이현주 목사

“40년을 넘게 글을 써왔어. 내가 글을 쓰는 것은 하나님께 가까이 가기 위한 평생 ‘업’이지요” 첫 마디부터 ‘업’을 두둔하는 이 목사의 옷차림과 말투,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다. ‘이 시대 최고의 영성가’로부터 ‘얼치기 도사’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평을 받는 관옥 이현주 목사. 지난 23일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두레마을에서 신앙강좌를 갖는 그를 만났다.


‘금강경 읽기’‘장자산책’등 다양한 저서
“최고 영성가”“얼치기 도사”평가 극단
미국 첫 방문 신앙강좌… “예수는 바다”


개신교 목사이면서 노자·장자는 물론 불교와 수피즘 등 동양사상에 조예가 깊은 이현주 목사는 그의 말처럼 정말 많은 책을 냈다. 흥미롭게도 그의 저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예수의 죽음’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강의’ ‘성서와 민담‘ ‘나의 어머니, 나의 교회여’ 등 기독교 관련 책을 비롯해 ‘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장자산책’‘대학 중용 읽기’‘달라이 라마의 마음공부’‘틱낫한의 사랑법’ 등에 이르기까지 동서양과 유불선 등 지역과 종교를 넘나드는 그의 열린 사상과 폭넓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그가 지난달 22일 ‘이현주 목사의 꿈일기’ 책을 출판하면서 ‘붓다, 나를 흔들다’를 펴낸 법륜 스님(정토회)과 공동출판기념회를 열어 다시 한 번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특정 종교에 머물지 않고 종교간 벽 허물기에 앞장섰다고 일각 언론들이 보도했는데 이 목사는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준 대로 따르다보니 애초에 종교 간에는 장벽이 없더라”는 말로 응답했다.
1944년 충주에서 태어난 이 목사는 충주고등학교, 서울 감리교 신학대학을 졸업했으며, 동화작가 이원수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기독교서회, 크리스찬 아카데미 편집기자를 역임, 죽변교회 목사를 거쳐 현재 작가, 번역문학가로 활동하며 대학과 교회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꿈 일기’는 ‘꿈’에 대한 명상 기록 모음집으로 이 목사가 지난 한 해 동안 꾼 꿈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적은 이야기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추려 묶은 것이다.
‘말은 침묵의 자식’이라고 말하는 이 목사는 말을 줄이고 사람과 떨어져 혼자 지내며 집착을 버리고 자신 내면의 스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백지상태 ‘비움’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비움’의 정서는 불교적 색채가 강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부처에게 많은 것을 배우지만 자신은 ‘한평생 예수를 모시고 가르침을 따르는 영원한 크리스천’이라며 “사람은 혼자일 때 비로소 ‘아버지’와 함께일 수 있고 그것은 또한 예수의 길”이라고 말했다.
“만약 예수님께서 ‘혼자’가 아니셨다면, 제자들과 협의하셨다면 결국 십자가를 지지 못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세상 끝날 때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며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물과 타인을 참되게 만나 하나가 될 수 있죠”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목사가 말하는 예수는 ‘우주의 중심에 서 계신 분’이다. 우주의 중심에 선 예수의 부르심에 진실하게 응답하며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다 보면, 그 음성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울타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목사는 “예수는 ‘바다’입니다. 그 분과 가까이 할수록 바다에 이르기 위해 어떤 강에서 왔는지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유로워질 수 있죠. 예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인간입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한자어가 ‘배타’입니다. ‘남을 친다’는 의미죠. 종교뿐만 아니라 세상사는 인생살이에서 이런 태도는 ‘두려움’에서 옵니다. 겁이 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기 마련이죠”라고 말하며 “하나님은 만인의 아버지이며, 지구상의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 아래 한 형제라는 믿음만 지킨다면 두려움을 벗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참스승을 만날 수 있다”고 따끔히 충고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포괄적이 물음에 부친 이 목사의 현답은 이렇다. “옛날 노자 선생이 ‘겨울 냇물 건너듯 머뭇거리며 살라’고 가르쳤죠. 사람답게 ‘잘’ 산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해요. 한 가지 답은 없죠. 옛날 어느 속담에 ‘상황이 너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너를 드러낼 뿐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가 자신을 만드는 것인데 부족한 나를 주님께 온건히 바칠 수 있는 겸손함과 소신을 배워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요”
지난 29일 나성한인감리교회에서 열린강좌에 참가한 이 목사는 3일 오후 7시 두레마을에서, 4일 오전 11시 샬롬교회에서 신앙강좌를 갖은 후 LA를 떠나 위스콘신과 시카고, 뉴욕 집회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문의 (661)834-2104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

이현주 목사는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를 통해 “흉몽은 없다. 있다면, 나쁜 꿈을 꾸었다는 생각이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즉 꿈 자체에는 좋고 나쁨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해석이 있을 따름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꿈은 길몽이 될 수도 있고 흉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떤 꿈이건 자신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해석할 수 있다면, 나쁜 꿈은 있을 턱이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 한 영적 구도자가 일년내내 꿈을 꾸고 그것을 기록하고 해석하면서 그것들을 어떻게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밑천으로 삼아 가는지를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글 신경민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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