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에이전트의 늦가을 예찬

2005-11-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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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의 계절의 땅 남가주라고 하지만 역시 이 곳에서도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리라.
서머타임 해제로 오후 5시가 못 돼 거리엔 벌써 어둠이 깔리고 각종 단체와 회사들은 송년회 준비로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비단 사람 사는 곳만 그럴까?
LA에서 핸들을 잡고 1시간 남짓 동으로 북으로 가다 보면 단풍과 조락이 장관을 이루며 그토록 조용하던 산야가 겨울을 나기 위한 몸부림과 아우성치는 모습을 본다.
현장에서 뛴 에이전트 입장에서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지난 4~5년과 마찬가지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통계 수치를 보면 한인들이 선호하는 남가주 지역의 중간 주택가격이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평균 20%를 넘었다. 4년 연속 매년 20%를 상회한 것이다. 5년 전 방 4개, 화장실 2개 대지 6,000스퀘어피트의 22만달러짜리 단독주택 값이 지역 차를 감안해도 60만달러를 넘어섰고 3년 전과 비교해도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연례행사로 부동산 비수기인 가을에, 특히 연말인 11~12월에 많은 사람들이 깊은 고민과 사색에 빠진다. 리스팅을 주로 하는 에이전트들은 이제 집값이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섰으니 지금이야말로 집을 팔 적기라는 광고를 현란하게 내보낸다. 바이어를 상대하는 에이전트는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거품론이 있어 왔지만 결국 매년 10만달러 이상씩 주택이 오른 것은 아직도 주택공급이 수요에 비해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좀 이자가 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몰려오고 인기지역의 집값이 떨어진 예가 없다는 보충설명도 곁들인다.
우리 회사의 경우 지난 5년새 5배가 늘어난 에이전트들의 커미션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심각한 고민은 지금 팔아야 하는지 사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셀러와 바이어들에게 있다.
특히 매년 집 값 하락을 기대하며 첫 주택 장만을 미뤄온 바이어들에게야말로 원하든 원치 않든 이 늦가을은 또 다른 ‘결단을 위한 시련기’인 셈이다.
투자용으로 새 집 분양을 받아놓거나 렌탈 홈을 갖고 있는 셀러들의 고민도 만만찮다. 새 집 분양을 파기해야 할지, 렌탈 홈을 팔아야 할지 여부를 심사숙고한다. 요즘 들어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각종 주택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내년에도 주택 인상폭이 20% 가까이 된다는 분석에서부터 집 페이먼트를 하지 못해 차압매물이 늘어나 상당한 가격폭락을 점치는 곳까지 우리 전문인들도 헷갈릴 지경이다.
가을을 진짜 가을로써 몸과 마음과 눈에 담지 못하고 잠 못 이루는 필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하워드 한
<콜드 웰 뱅커 베스트 부동산>
(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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