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경쟁

2005-1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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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성장가도를 달리며 어떤 때는 바쁘다는 게 뭔지도 모른 채 10여개의 오피스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피로도 잠시, 우리가 ‘패밀리’라고 칭하는 한솥밥 먹는 동료들의 반기는 얼굴들을 보면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하루 200마일 이상 주행, 월 20일 이상의 한국과 미국의 출장, 특히 비즈니스 성공학 강의는 나를 대견스럽게도 성숙하게도 만든다.
바쁜 와중에도 독자들에게, 혹은 동업자들에게 조금이나 보탬이 되어보고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글을 쓰곤 한다. 졸고에도 전화나 이메일로 피드백을 해주시는 많은 한인들에게 이 시간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메릴랜드 지사에서 필라델피아로 가면서 읽은 멋진 스포츠맨십 기사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해마다 6월이면 유럽과 미국의 사이클 매니아들은 파리를 출발, 알프스 산록을 돌고 다시 프랑스 전역을 섭렵한 후 파리의 샹젤리제로 돌아오는 4,000여킬로미터의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철인경기. 맹수 같은 포효와 함께 챔피언의 상징인 ‘노란 셔츠’(Yellow Jersey)를 입으면 어디를 가든 우승자로서 각별한 대접을 받는다.
2003년 ‘뚜르 드 프랑스’의 우승자는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이다. 그는 1999년 이후 내리 5년 동안 무적의 승자였다.
고환암이라는 불치병 환자였지만 대회 5연패라는 불굴의 업적을 달성, 미국인의 자랑이요 자존심일 뿐 아니라 난치 환자들의 희망과 우상이었다.
하지만 2003년 뚜르 드 프랑스의 진정한 영웅은 암스트롱이 아니라 2위에 머문 독일의 얀 울리히(Jan Ulrich) 선수였다. 울리히 선수는 암스트롱이 처음 우승했던 1999년부터 줄곧 2등에만 머문 암스트롱의 숙적.
이런 암스트롱과 숨막히는 명승부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줄곧 앞서 달리던 암스트롱이 어이없게도 구경을 나온 어린아이의 가방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만다.
암스트롱은 끝났다고 생각했고, 울리히에게는 지난 4년간의 좌절을 설욕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했다. 그냥 줄곧 달리기만 하면 4년 연속 우승자였던 암스트롱을 여유 있게 앞질러 곧장 챔피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울리히의 역전과 우승을 확신했다. 그러나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울리히는 넘어진 암스트롱의 자전거 곁에 서서 암스트롱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얼마 후 암스트롱이 일어나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울리히는 그제야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울리히는 불과 61초 차이로 다시 암스트롱에게 우승의 영광을 내주었고, 자신은 또 2위의 자리에 섰다.
울리히의 스포츠맨십은 모든 사람들은 감동하게 만들었고 매스컴은 ‘위대한 멈춤’이라고 극찬했다. ‘신성한 양보’가 아니고 만약 울리히가 멈추지 않고 들어와서 일등을 했다면 언론이나 구경꾼들은 뭐라고 했을까?
정직한 승리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은 경쟁에서 최고가 되기만을 갈망해 과정은 무시하는 예가 많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선의의 경쟁이 아닌 편법으로 비집고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경쟁을 겪어야 한다. 한인사회에서도 건전한 경쟁이 뿌리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www.newstarrealty.com, ceo@newstarrealty.com
(213)999-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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