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넘치는 매물 ‘복수 오퍼’옛말

2005-11-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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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주택시장 이상기류

일부 리스팅가격 낮춰
거래성사기간 2배로
업계선 “인상여지 남아”

남가주 주택시장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식을 줄 모르던 한인타운을 비롯한 남가주 주요 지역의 주택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매물이 크게 늘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LA 한인타운의 경우 두 달 전까지 500개 미만이던 매물이 얼마 전에는 900개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한인들의 인기 주거지인 라카냐다는 40개에서 60개로, 라크레센타 역시 40여개에서 80여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0개가 고작이던 세리토스의 매물도 4배나 늘어난 40개를 헤아린다.
‘센트럴 프라퍼티’의 문윤숙 대표는 “2달새 시장에 나온 주택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특히 이달 들어 거래 성사가 힘들고 한 집에 바이어가 몰리는 현상도 드물다”고 전했다.
매물 자체도 늘었지만 거래 성사 시간도 길어졌다. 예전에는 보통 한 달을 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한달 반에서 두달은 예사다.
한 에이전트 “사무실에 문의전화가 한통도 걸려오지 않는 날도 있어 놀랐다”고 설명했다. 리맥스부동산 서니 김 에이전트는 “현재는 바이어도 셀러도, 에이전트도 모두 침묵하며 기다리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뜨겁던 시장이 잠잠해지면서 바이어들이 에스크로를 깨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마이리얼티’ 김진성 대표는 “최근에만 3건의 에스크로가 바이어에 의해 깨졌다”며 “일부는 키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흠을 잡지만 아마 주된 이유는 비싼 가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가격도 당초 호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7월 신축된 한인타운내 한 주택은 149만달러에 시장에 나왔으나 바이어가 나타나지 않자 142만달러로 가격을 낮췄지만 여전히 대기 상태다.
에이전트들은 남가주 주요 지역의 거래 가격이 피크 때보다 5% 가량 빠졌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투리땅에 다투어 들어서던 콘도 신축 붐도 한풀 꺾였다. 실제 타운내 7가의 1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콘도부지는 몇 달 째 개발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이 하락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 에이전트는 “2003년 이맘때도 집값이 내려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매물이 쌓인 적이 있지만 이듬해 봄 매물은 한꺼번에 해소됐고 집값은 다시 폭등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대기 수요자가 많아 금리상황 등 변수에 따라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허리케인 피해 이후 건축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신규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리맥스부동산의 제임스 한씨는 “솔직히 우리도 헷갈리는 상황”이라며 “봄이 되는 내년 2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성 마이리얼티 대표 역시 “이런 추세가 당분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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