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대 듣는가, 거품 빠지는 소리를

2005-10-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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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듣는가, 거품 빠지는 소리를

주택 가격은 여전히 뜨겁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재고 물량은 급증하고 있어 주택 경기가 하락세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 재고량 쌓이는 추세 뚜렷
가격 상승 계속돼도 환호 대신 우려만

집값이 기록적으로 올랐다는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예전과 전혀 다르다.
주택 가격이 뜨거운 고공행진을 계속해 온 지난 수년동안 집값이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은 환호성과 흥분을 가져다주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기록적으로 올랐다는 통계가 발표되면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거품이 터질 지경에 더욱 근접했다고 파악한다. 가격의 고개가 꺾이는 시점과 폭만이 문제일 뿐, 꺾이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경제 및 부동산 전문가들이나 일반 주택 소유주나 바이어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거품이 어떤 경우에 빠지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주식과 같은 인기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정이 말라버려 거품이 터진다기 보다는 그런 자산의 공급이 과도하게 이뤄질 때 거품이 빠진다는 것은 재정학 첫장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이 기준을 현재의 주택 시장에 적용시켜보면 주택 시장에 형성됐던 거품은 지금 공기가 슬슬 빠져나가고 있다.
기존 단독 주택 판매는 여전히 활활 타고 있는 판에 이런 주장은 섣부른 소리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주택 재고는 이미 쑥 솟고 있다. 올해 시작 때만해도 3.8개월 분의 재고가 있었으나 지금은 4.7개월 분으로 늘었다.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주택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신축 주택의 경우는 더 놀랍다. 최근 연방 상무부 자료에 의하면 신축 주택 재고는 8월중 4.7개월 분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기록으로 거의 5년만에 확 꺾이고 있는 것이다. 7월의 4.1개월분에서 또 올라간 것으로 주택 시장의 무드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낮이 가면 밤이 찾아오는 것처럼 주택시장에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메릴린치의 북미담당 경제분석가 데이빗 로젠버그는 평한다.
재고가 이처럼 쌓인다면 가격 조정이 뒤따르는 것은 불문가지. 가격 하락은 이미 발생하고 있다. 신축 주택 전국 중간 가격은 지난 2월 최고치(23만7,300달러)를 기록했는데 8월 현재는 22만300달러로 떨어졌다.
더욱이 가격이 이렇게 내려갔는데도 바이어들은 물건을 선뜻 집지 않고 더 고른다. 신축 주택 판매가 8월중 9.9% 하락한데서 보듯 바이어쪽에서 보면 선택의 여지가 더 많아지고 있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 리즈 앤 손더스는 이런 일련의 현상에 대해 “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 주택 구매 여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뜨겁던 주택 수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파악한다.
주택 시장이 약화되고 있다는 다른 조짐들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모기지 재융자가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5.71%에서 5.91%로 올라간데 따라 9월중 슬럼프에 빠지고 있다.
또 상승일로를 달려왔던 일류 주택 건설 업체의 주가가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하브내니언 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5% 이상 폭락했고 ‘탐 브라더스’도 거의 18%나 주가가 빠졌다. 주택 경기하락의 예고편이라면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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