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거짓말은 나쁜 것인가?’

2005-10-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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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거짓말을 많이 할까?”
이것은 엘렌/바바라 피즈 부부가 쓴 ‘거짓말하는 남자, 눈물을 흘리는 여자’라는 책에 나오는 질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둘 다 똑같이 거짓말을 한다. 다만 남자들이 탄로나는 빈도가 더 높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 거짓말하지 않고 사는 자가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하면서 살아간다. 받기 귀찮은 전화가 왔을 때 자리에 있으면서도 없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불경기라 밑지고 판다”는 말도 거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속에 늦게 나왔을 때 차량이 너무 많아 길이 막혔다는 것은 누구나 한번 이상 써먹은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꼭 나쁜 것인가? 악의가 없이 상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하는 거짓말도 많이 있다. 예컨대,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뚱뚱하고 못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참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은 악의를 담은 거짓말이 아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어린아이를 구조한 구조반원이 아이의 부모는 안전하다고 거짓으로 말하는 것도 아이의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배려이다. 죽어야할 운명의 환자에게 기운을 내라고 의사가 플라시보(가짜 약)를 처방해주는 것도 마찬가지 케이스이다.
그러나 어떤 케이스이건, 거짓말은 위험하다. 거짓은 그 기원이 사탄에게 있기 때문이고(요 8:44), 또한 진실이라는 정말 소중한 가치를 흐려놓기 때문이다. 특별히 악의가 담긴 거짓은 관계성을 깨뜨리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줄 수 있다.
미국의 노예 해방을 적극 지지했던 헨리 비처(Henry Beecher) 목사에겐 적이 많았다. 그를 음해 하는 편지가 수없이 교회로 날아 왔는데, 대부분은 거짓이거나 사실을 왜곡한 내용들이었다. 한번은 주일날 강대상 위에 한 통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뜯어보니 ‘바보’라는 한 글자만 적혀 있었다. 아마도 그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려고 보낸 것이었던 것 같다.
그때 헨리 비처가 그것을 성도들에게 읽어준 후 이렇게 말을 했다. “지금까지 이름은 밝히지 않고 저를 공격하는 편지는 많이 받아 보았습니다만, 내용은 적지 않고 자기 이름만 적은 편지는 처음 받아 보는군요” 거짓으로 적은 편지는 결국 자신의 거짓된 실체밖에 드러낼 것이 없음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거짓을 가볍게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거짓은 종류를 막론하고 인생에 해를 끼친다. 무엇보다, 습관적인 거짓말은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기에 조심해야 할 독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박 성 근 목사
(로스앤젤스 한인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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