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펄쩍펄쩍 뛰고 흔드는 것이 기도”

2005-10-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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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쩍펄쩍 뛰고 흔드는 것이 기도”

어윈 맥마누스 목사의 메시지를 청소년들이 경청하고 있다.

찬양 집회 ‘프레시 2005’ 한인 중고생 1만여명 몰려

개회 기도도 없고, 폐회 축도도 없었다.
한인교계가 주최하고, 한인교회들이 후원하고, 한인학생들이 구름떼 같이 모인 초대형 부흥집회인데, 양복입고 넥타이 맨 목사님은 단 한명도 무대 위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단상에 올라 자신들의 경험을 간증하면서 청소년들과 하나가 되었고, 청바지를 입은 찰스 김 목사의 ‘젊은’ 메시지는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무장해제 시켰다.
이것이 2세들을 위한 부흥회.
다짜고짜 록 밴드 로비 시와 셰인 & 셰인의 오프닝 콘서트로 시작된 ‘프레시 2005’는 배꼽티를 입은 여학생들과 헐렁한 푸댓자루 바지의 남학생들이 정신없이 뛰고 구르고 손들어 찬양하는 페스티벌의 장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어윈 맥마누스 목사가 단상에 나오자 아이들은 순한 양처럼 얌전해진다. 맥마누스 목사의 파워풀한 메시지에 ‘아멘’으로 화답하면서 “크리스천으로서 새롭게 결단하라”는 도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헌신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잠깐, 갑자기 아이들이 일제히 우르르 앞쪽으로 몰려나가 방방 뜨기 시작한다.
최고 인기 밴드 ‘데이빗 크라우더’(David Crowder Band)가 나왔기 때문이다.
헤비메탈 콘서트인지, 크리스천 찬양 콘서트인지 도무지 분간되지 않는 광경. 쾅쾅 울리는 앰프 소리가 LA 컨벤션센터를 뒤흔들고 아이들은 모두다 손을 높이 들고 펄쩍펄쩍 뛰는데 그 박자가 너무도 일정하여 마치 다같이 연습이라도 한 것 같다.
지난해 ‘프레시 2004’와 이번 ‘프레시 2005’를 진행해온 찰스 김 목사는 “이 아이들은 뛰고 흔들며 찬양하는 것이 기도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
“우리의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신앙적으로, 문화적으로, 갈증과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1세대들이 그 갈증을 채워주지 못해서 세속적인 문화에 탐닉하게 된다”고 안타까워한 그는 “이들에게 대체문화를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스테이플 센터에서의 월드컵 4강전 때와 할리웃보울 대축제를 빼놓고 한인이 1만명씩 모인 집회는 처음인 것 같다. 그것도 성인이 아닌 중고등학생들, 그 중에서도 크리스천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행사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그만큼 꼭 필요했던 집회였음이 드러난 지금, 학생부흥회는 내년부터 LA 뿐 아니라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등 미국 대도시들과 서울, 토론토 등 국제적으로 개최되는 거대한 부흥운동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며 굴러갈 전망이다.
‘프레시 2005’ 부흥회는 ‘2세들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사역의 중요성을 절감한 한 교회가 지난 해와 올해 처음부터 끝까지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지면 다른 교회들의 참여와 연합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교회측은 행사 기획과 준비, 진행의 전권을 찰스 김 목사에게 일임하고 뒤에서 조용해 돕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 학생부흥운동이 어느 한 교회, 어느 한 목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님을 분명히 목격한 오늘, 한인교계는 다 함께 힘을 모아 주어진 과제를 풀어나가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

<글 정숙희·사진 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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