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선은 존재에 대한 의심서 시작”

2005-09-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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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 참석차 LA방문 현각 스님 인터뷰

욕심이란 그림자 벗어나야
진정한 자신 찾을 수 있어
포교 접고 수행정진하고파

파란 눈의 선승 현각 스님(한국 화계사 국제선원장)이 법회 참석차 LA를 방문했다.
체코와 헝가리 등지 유럽에서 불교포교 및 정진에 몰두하느라 뒤늦게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했다는 현각 스님은 주말 동안 서울 화계사에서 진행된 법장 스님의 이재에 참석 후 곧바로 LA에 도착,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예의 환한 웃음으로 즐겁게 인터뷰에 응했다. 현각 스님과의 문답을 정리했다.


▷ 불교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다면
▶ 불교의 기본은 ‘의심’에서 시작합니다. 맹목적인 믿음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많죠. ‘참선’이란 불교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깨달음의 기술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죽어서 어디로 갈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심을 스스로 풀기 위한 시도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불교에서 말하는 ‘참선’이란
▶ ‘마음이 부처’라는 말이 있듯 불교에서는 참선을 통해 인간의 본 성품, 즉 원심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참선의 상태에서는 여자 또는 남자, 한국인 또는 미국인,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이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만이 있을 뿐이죠. 그 외의 번민이나 욕심은 모두 ‘그림자’일 뿐입니다. 부차적인 것이죠.
불교에서는 ‘도’(道)를 중요시합니다. 물이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흐르듯 참선을 통해 그림자 세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 한인들에게 ‘스타 스님’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데
▶ 오로지 불교의 대중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5년 동안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인터뷰나 설법에 응하며 왕성한 포교활동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불교의 진리에 집중하는 것보다 유명한 ‘인물’ 자체에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되도록 빨리 제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낯선 땅에서 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정진하고 싶습니다.]

▷ 하버드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하던 중 숭산 스님의 불교 강연에서 인생의 해답을 얻어 불교에 귀의했다는 사실은 유명한데
▶ 근원적인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문점은 풀렸지만 풀리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안고 가야 하는 업이죠. 힘들더라도 이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사색하는 ‘마음공부’를 평생 게을리 하지 말아야합니다.

▷ 숭산 스님과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 한번은 미국 제자 중 한 명이 ‘미국에 법당을 차리는데 보시를 하느니 아프리카에서 굶고 있는 아이들을 돕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숭산 스님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 순간적인 허기를 채워줄 수 있겠지만 이들은 다시 배고픔을 겪을 것이다. 이 아이들은 인류에게 아무런 문제나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는 사람은 배부르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다. 영혼이 허기진 사람은 끊임없이 돈, 명예, 물질에 대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들의 물건을 뺏고 전쟁을 일으킨다. 이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는 것이 결국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이 먼저 마음의 병을 치유할 때 세상은 평화로워 질 수 있습니다.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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