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리라

2005-09-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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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리라

번잡스런 도시를 떠나 조용한 작은 타운을 은퇴지로 선택한 이 노부부는 작은 타운의 느린 삶이 좋다.

“은퇴하면 조용한 시골에서 살아야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만 실제로 탈 도시를 감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저런 인연과 필요 때문에, 아니면 타성 때문에 도시인들은 은퇴해도 감히 도시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은퇴 노인들은 변하고 있다. 노년의 여유와 평화, 그리고 느린 삶을 즐기기에 번잡스런 대도시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탈 도시를 선택한다. 대도시를 떠난 평화롭고 사람 적은 작은 타운이 새로운 은퇴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 은퇴 노인들 ‘탈 도시’
조용하고 집 값 싼 작은 타운 각광
시골이지만 문화생활·활기는 필수조건

플로리다주 루츠는 빌과 제인 로빈스 부부가 40년여전 집을 마련했을 때 푸른 언덕과 숲이 그림같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루츠는 더 이상 옛날 풍경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와 사람이 혼잡한 전형적인 메트로 지역으로 변해버렸다. 은퇴에 접어든 이 노부부는 평안한 노년의 삶을 위해서는 루츠를 벗어나야 한다고 결심하고 새로운 은퇴지를 찾기 시작했다. 이 노부부는 조지아주 토머스빌에서 그들이 희망하는 삶을 찾을 수 있었다. 플로리다주도 탈라하시에서 30분 떨어진 작은 타운인 토머스빌은 40여년전 옛날의 루츠를 생각나게 하는 곳이었다. 오크 트리와 빅토리안 스타일의 집들이 푸른 언덕위로 점점이 박힌 풍경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었고, 타운의 작은 사이즈에 비하면 풍부한 문화생활도 가능했다. 이국적 레스토랑과 고급 상점들, 수준 높은 병원이 있어 아무런 손색이 없었다. 로빈스 부부는 옛날 시골집에 온 듯한 포근함이 좋다며 이곳 생활을 아주 즐긴다고 말한다.
라스베가스나 탬파 같은 메트로폴리탄 지역이 여전히 많은 은퇴노인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토머스빌과 같은 작은 타운들도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는 요즈음 은퇴지로 인기를 드높여가고 있다.
2000년 센서스를 분석한 브루킹스 연구소는 실제로 센서스에서도 노인 인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지역은 소읍 내지 중간급 도시들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사우스 캐롤라니아의 마이어틀 비치,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등지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은퇴지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 두 곳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90년에서 2000년 사이 10년간 무려 60% 이상 늘어났다.
교통혼잡 없고, 범죄 적고, 집값이 싸기 때문에 작은 타운으로의 이동은 가속되고 있다. 인구 500만 이상의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거주하던 노인들의 3분의 1이 인구 100만에서 500만 이하의 작은 도시로 옮겼으며 이 보다 작은 타운으로 은퇴하는 노인들도 거의 비슷한 비율이라고 웨이크 포리스트 대학의 사회학 찰스 롱지노교수는 밝히고 있다.
데이브와 말리 프리태그 부부도 작은 타운을 선택하는 요즘의 전형적인 은퇴노인들이다. 그동안 살았던 워싱턴주 벨뷰 지역이 급성장하면서 도시생활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신세가 돼버렸는데 지난해 오리건주 프라인빌로 이주했다. 인구 8,000명의 이 타운에서는 모두가 알고 지내는 친구이자 가족이다. 생활비가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중간급 주택 가격이 12만9천여달러인데 시애틀이면 32만1천달러, 탬파면 17만2천달러는 되는 것들이다.
물론 작은 타운을 사는 단점도 있다. 프라인빌 주민들은 최근에야 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고, 토머스빌로 최근 들어온 조와 앤 힌리크 부부는 널찍한 뜰을 사랑하지만 메이시같은 백화점에 쉽게 갈 수 없음을 아쉬워한다. “방문은 좋지만 살기에는 안 좋다”는 앤은 두고온 대도시 생활에 미련을 아직도 갖고 잇다.
그러나 요즘 새로운 은퇴지로 각광받고 있는 소도시와 작은 타운들은 도시 생활이 주는 이점을 완전히 차단시키지 않는다. 시골 같은 푸근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이면서도 다양한 문화적 또는 여가 활동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 인기가 높다.
특히 프라인빌이나 토머스빌과 같은 대도시 주변의 활기 넘치는 마이크로폴리탄 타운들은 새로운 은퇴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작은 동네들은 대부분 인구 1만3천에서 18만2천 사이의 작은 규모이며, 기존의 메트로폴리탄 지역과 가까워 풍부한 여가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젊게 사는 벤과 팸 렌츠부부 같은 요즘 은퇴 노년층들에게 은퇴지의 필수적인 요건은 활동적인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뉴욕 시클리프에서 오하이오주 오벌린의 오벌린 칼리지 인근에 개발된 은퇴 타운에 찾아든 이 부부는 적막만이 휘감고 있는 전통적인 은퇴촌은 ‘사절’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흥미롭다. 야구 경기 구경도 가고 쿵푸 영화도 보고 모든 기회가 있다”는 이들은 칼리지 타운을 은퇴처로 정한 것에 대만족이다.
활동적인 커뮤니티를 찾는 추세는 요즘 노인들이 자신의 노년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삼십년 전보다 수명도 길어졌고 젊기 때문에 활발한 여가 및 문화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 은퇴에 들어가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66%가 보다 나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곳을 은퇴지의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콜로라도주 실버톤은 미래의 은퇴지의 이상적인 모습을 약간은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아직은 은퇴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55세 이상 노인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00-03년 사이 27%나 증가했는데 신규 유입 인구중 많은 경우가 세컨드 홈 거주자들이다. 겨울이나 여름 휴가 시즌에 주로 이곳을 이용한다. 겨울이면 스키를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하이킹과 자전거 타기등 다양한 활동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점이 실버톤이 미래의 은퇴지로 인기를 몰아가는 이유다.
프랜 로자러스와 남편 배리는 휴가차 실버톤에 와서 스키를 즐긴 이후 이곳에 매료됐다. 은퇴노인들을 위한 스키 클럽과 하이킹 클럽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활기찬 인생 2막을 살기에 아주 적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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