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대인은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 진다

2005-09-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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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와 탈무드에 의한 중점적인 교육통해 유대인 관습과 성격 형성

랍비 벤 자카이의 소원

유대인은 어떻게 생겼는가. 이들의 신체적 특징은 무엇인가. 유럽계인가. 아랍계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문에 우답이다. 유대인은 혼혈민족이다. ‘디아스포라’로 인해 수천년 동안 흩어져 살면서 현지 적응하는 바람에 혈통적으로는 혼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유대인의 외모는 유럽인, 미국인, 아랍인, 아프리카인, 동양인 등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특히 예멘 유대인은 완전한 아프리카인 모습이다.
그럼 누가 유대인인가. 유대교를 믿고 유대교가 정한 생활방식을 따르는 사람들이 바로 유대인이다. 예를 들어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행해지는 금식행위 사바를 지키고, 안식일을 따르고, 남자는 13세가 되면 성인식인 미츠바(사진)를 치르면 유대인이다.
유대인의 조상은 아브라함이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는데 하느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야곱에게는 12명의 아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넷째인 유다가 뛰어나게 현명했었다. 솔로몬이 죽은 후 그의 왕국이 남북으로 갈라질 때 북쪽은 이스라엘, 남쪽은 유다 왕국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이것이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어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리상으로 아랍국가에 속한다. 요르단,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와 국경이 닿아 있고 이라크도 가까이 있다. 모양새가 마치 이슬람 국가들의 중심지역을 파고 들어가 차지하고 앉은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을 여행해 보면 아랍국가들은 후진국인데 비해 이스라엘은 선진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수천년 전 유대인을 잡아다 노예로 부린 이집트는 오늘날 이스라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사람들의 교양 수준도 너무나 차이가 난다.
왜 이렇게 다를까. 그것은 국민성이다. 그리고 그 국민성은 이들의 종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유대교는 공부하는 종교라는 점에서 다른 종교와는 좀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의무교육을 실시한 민족이고 문맹률이 가장 낮은 민족이다.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함락되기 전 유대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랍비 벤 자카이는 로마군 사령관 베시파시아누스를 찾아가 면담했다. 예루살렘을 불지르려던 로마군 사령관은 벤 자카이가 뛰어난 학자라는 것을 알고는 그가 부탁하는 한 가지의 소원만은 들어주겠다고 했다. 이때 랍비 벤 자카이는 유대인 성서학교와 학자들이 모여 있는 ‘야브네’라는 마을만은 파괴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성전을 허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아니다. 후일 야브네는 랍비 양성과 ‘토라’ ‘탈무드’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하여 유대인 교육의 막을 열었다.
벤 자카이는 로마인들이 파괴할 수 없는 것을 유대인이 보존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역사에서 유대인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이라고 판단했다. 로마인은 자손들에게 칼을 전하지만 유대인은 교육을 전한다. 시간이 지나면 교육받은 민족이 칼 잡은 민족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교육은 곧 성서를 가르치는 것이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유대인이 살아남아 번영할 수 있는 길은 ‘토라’와 ‘탈무드’ 공부를 통한 교육뿐이다. 벤 자카이는 랍비들에게 이렇게 가르쳤고 이것이 하나의 유대인의 사상으로 승화되었다. 유대인은 유대인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토라’와 ‘탈무드’ 공부를 통해 유대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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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신부의 전통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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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촛대 메노라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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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인 텔아비브는 유럽의 어느 휴양도시 못지 않게 깨끗하며 번화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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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공동묘지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구 시가지. 이들은 1년에 한번은 의무적으로 성인들의 묘지를 참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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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교외도시 야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난 신혼부부가 이를 구경하던 한국인 관광객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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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유대인 주택가 거리. 지저분한 아랍인 거주지역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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