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 원망… 눈물흘렸다”

2005-09-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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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오빠 죽인 원수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다니 말도 안돼

‘원수사랑상’에 고 손양원 목사… 딸이 대리 수상
“인내·사랑으로 하나님 섭리 오랫동안 설득”회상

유니온교회(담임목사 이정근)가 35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실시한 ‘원수사랑상’시상식에 손양원 목사(사진)가 선정돼 그의 딸 손동희(73)씨가 LA를 방문해 수상했다.
일제 때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모진 박해와 고통을 겪으며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던 손 목사는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아 그리스도의 말씀을 가르친 사랑의 실천자로 현재까지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믿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일찍이 한명동 목사는 손양원 목사를 가리켜 ‘20세기가 낳은 한국교회의 거성’ 이라며 “그는 그 존재 자체로 남에게 은혜를 주는 언제나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1948년 여수, 순천 반란사건 당시 각각 순천 사범학교와 순천 중학교에 다니던 손양원 목사의 두 아들 동인과 동신은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좌익파에 의해 인민재판에 회부돼 총살당했다. 여수, 순천 반란 진압 후 이들 형제를 죽인 자에게 사형이 언도되자 손 목사는 ‘나의 죽은 아들들은 결코 자기들 때문에 친구가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것은 아들들의 죽음을 값없이 만드는 것이다’며 석방을 간청했다.
당시 이화여중 3학년으로 감수성 예민했던 학생이었던 손동희씨는 “어릴 적엔 아버지가 꽃다운 나이에 먼저 천국으로 떠나보낸 두 오빠의 장례를 치른 후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뒤로하고 사건의 주동자로 체포된 강철민씨를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는 것을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손씨는 이러한 아버지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거부했었다며 “하지만 아버지는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감옥에서 5년간 옥고를 치렀는데 같은 하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 명하셨으니 순종하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두 오빠를 죽인 원수를 오빠로 받아들이라고 타일렀다”고 말했다.
손씨는 아버지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반항하며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면 어찌 이렇게 우리 가정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하고 울분과 눈물의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손씨는 오랜 시간동안 인내와 사랑으로 자신에게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설득시킨 아버지를 회상하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항상 내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아버지의 순결과 원수 사랑의 고귀한 정신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손목사는 6·25때 전남 여천에서 퇴각하던 공산당을 전도하다 그들의 총격을 받고 순교, 이전에 순교한 두 아들과 함께 여수 애양원에 묻혔다.
손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책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아가페출판사)를 펴냈던 손동희씨는 “이렇게 뜻 깊은 행사에 아버지를 대신해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오늘날 크리스천들이 과거 선친의 신앙의 유산을 되새겨 하나님의 계명을 말씀 그대로 순종하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첫 시상식을 계기로 격년제로 원수사랑 시상식을 실시할 유니온교회는 지난 17일 기금모금을 위해 사랑나누기 찬양음악축제를 개최했다.
이정근 목사는 “온 인류의 가슴마다 예수사랑 깊이 심는 것을 목표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며 “순교적 믿음을 요구하는 원수사랑은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온 인류가 실천해야 할 마지막 관문”이라며 많은 이들이 행사에 참여해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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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원 목사의 장녀 손동희씨.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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