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도청 당하는 교회’

2005-09-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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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이 도청 사건으로 시끌벅적했다. 구시대가 관행처럼 저질러 놓았던 일들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평범하게 살아왔던 백성들도 도청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심심찮게 몇 번의 도청 사건들이 소개되어 있다. 도청이란 믿는 사람이나 친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제 삼자가 엿듣는 것이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는 남편과 맏아들 에서가 부자간의 상속 문제를 놓고 이야기 한 것을 엿듣고 자신이 편애하는 둘째아들 야곱에게 그 비밀을 털어놓았다. 비밀만 말한 것이 아니라 장자의 유산을 가로챌 방법까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여 유산탈취의 공범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도청사건 때문에 겪은 야곱의 인생은 혹독하리만치 험난했다. 보상을 단단하게 치렀던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다는 것은 나쁜 짓이다. 불신의 사회일수록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데 관심이 많다. ‘정탐’이라는 말을 성경에서도 가끔 사용하고 있는데 그 뜻은 원래 ‘남의 발가벗은 모습을 엿본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타락후의 인류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른 사람이 훔쳐보는 것을 싫어한다. 세상에 비밀이 오래 보장되는 법이 없는가 보다. 결국은 모두가 다 알게 되고 몰래 저지른 잘못들이 드러나서 부끄러운 지탄을 받고 마는 것이다.
며칠 전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친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교회에서 손꼽히는 대형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를 요청하며 이야기한 교회의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교회가 신앙 탈선의 중심에 서있는 현실이었다. 세습제로 이어지면서 신앙의 양심을 잃었던 교회가 이제는 성경말씀조차 자신이 유익한 대로 해석하여 순진한 성도들에게 엄포를 일삼는 데까지 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교회는 교회만의 성역성을 주장해 왔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으로 지정되어 왔다. 이제 서서히 교회의 성역성이 무너지고 있다.
교인들에게 도청 당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거룩한 일에 정직하지 못하며 하나님 앞에 성실하지 못할 때 거룩한 영역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교인들에게 도청 당하는 것은 다행이다. 그들의 말에는 올바른 충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리를 도청 당할 때 교회는 더 이상 존재의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이제라도 교회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하나님의 방법을 떠난 성장위주의 인간비밀의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도청된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추한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부터라도 하나님 앞에서 적은 일이라도 바르게 사는데 힘을 키워나가자. 그날이 오면 교회를 도청하려든 자들이 오히려 협력의 손을 들며 함께 바르게 살자고 외치는 대열에 있을 것이다.


손경호 목사
(보스톤성령교회)
(LA 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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