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순교자의 신앙고백은

2005-09-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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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동정생활… 투옥… 연극‘루갈다의 편지’내일 무대에

순교복자수녀회 LA외부회

9월 순교자의 달을 맞아 한인 가톨릭 단체가 미국교회에서 한인 순교자 추모 연극을 무대에 올려 한인 순교자 영성을 주류사회에 알리는 뜻 깊은 시간을 갖는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LA외부회(회장 유회관)는 오는 17일 오후 7시30분 세인트 베데 성당에서 ‘루갈다의 편지’라는 제목의 연극을 공연한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설립자 방유룡)가 1957년 설립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외부회는 일반 신자들로 구성됐으며 한국 순교 성인들의 정신을 따라 이웃에 봉사하며 가톨릭 신앙을 굳건히 다지는 신심단체이다.
한국 서울과 부산, 그리고 미국 LA 및 뉴욕에 지부를 둔 외부회는 신앙생활을 갈망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정기적인 월례모임 및 피정과 성지순례 등을 개최해 순교자들의 정신을 기리고 본받아 신심에 찬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모범적 삶을 이끌도록 인도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LA외부회 유회관 회장은 “첫 연극을 준비하며 복자회 구성원의 가족으로서 결속을 다지고 자랑스러운 한국의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후손으로서 긍지와 사명감을 되새길 수 있어 뿌듯했다”고 밝히며 “무엇보다 이러한 독특한 한국적 영성을 미 교인들과 함께 나누고 익힐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은 결혼 후 4년 동안 동정생활을 유지한 이순이(루갈다)와 유중철(요한) 순교자 부부의 이야기를 다뤘다.
1782년 서울 태생의 루갈다는 그리스도만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성모 마리아처럼 자신의 동정을 바치며 양반으로 누릴 수 있는 영화와 향락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유교사상이 엄격한 그 당시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동정생활을 한다는 것이 죄악으로 인식돼 루갈다는 전라도의 첫 사도이며 최초로 이 고장에 복음을 전한 유항검의 아들 유중철(요한)과 결혼하고 순교하기 전까지 남매처럼 지내며 하느님을 위해 헌신했다.
김안나 수녀는 “젊은 한 쌍의 부부가 때로 견디기 힘든 본능의 유혹을 넘기고 동정생활을 지키게끔 보호한 힘은 그리스도를 향한 열렬한 사랑이었다”고 강조하며 “인간의 본능까지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준 이러한 사랑은 그녀가 하느님의 나라와 영혼 구원을 위해 세속적인 것에 애착을 두지 않고 자유스러운 삶을 살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옥에 갇힌 루갈다는 옥중에서 친정어머니와 친정언니, 올케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편지를 써 보냈다.
김재식 홍보부장은 “루갈다가 남긴 옥중수기들은 죽음을 슬퍼하는 단장의 글이 아니라 어머니와 혈육들에게 신앙의 위로와 용기를 주는 신앙고백서였다”며 “오늘날 많은 한인 신도들은 루갈다 옥중 수기를 영적 서적처럼 소중하게 읽고 있으며 그녀를 뛰어난 순교자로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남긴 신심은 한국 신도뿐 아니라 미 신도들에게도 큰 빛이 될 것”이라며 “신앙과 순결,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이 표현된 이번 연극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연장소는 St. Bede the Venerable Catholic Church, 215 Foothill Blvd., La Canada Flitridge, CA 91011 문의 (714)566-5993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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