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신도의 성경이야기 ‘잠언과 욥기’

2005-09-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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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과 욥기는 히브리성경(구약)의 세 번째 부분인 성문서집에 속한다. 잠언에는 실질적이고 함축적인 지혜의 격언들이 담겨 있고, 욥기에는 인간의 번뇌와 신의 장엄함이 그려져 있다.
이 두 책이 쓰여진 때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연대 추정이 가능한 동시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잠언은 주전 10세기경에 재위한 솔로몬 왕이 지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잠언의 격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돼온 것으로 오늘의 형태로 편집된 것은 바빌론에 유배되었던 이후인 주전 500년경으로 추정한다. 욥기는 주전 7세기경에 쓰여졌을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더러 있지만 유배중이나 그 후의 문서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잠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 첫 부분(1-9장)은 ‘지혜의 시’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낱개의 잠언(격언)으로 되어 있다. 격언들은 삶의 지혜를 가르키는 것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잠언에 수록된 격언들은 오랜 세상 경험에서 얻어진 삶에 관한 웅축된 통찰이다. 그래서 넓은 의미에서 잠언은 오래 동안의 공동체적 삶과 경험의 산물로서 ‘공동체적 지혜’라 할 수 있다.
잠언은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지혜의 모음으로 사회적 예절로부터 가치관 및 좋은 삶에 대한 이미지까지를 망라한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예절이나 가치관에 대한 개념없이는 공동체의 삶이 불가능하다. 잠언은 또 올바른 삶에 대한 보상에 관한 것도 다루고 있다. “이 길을 따르면 모든 일이 형통할 것이다”라는 것이 관습적 지혜의 핵심을 이룬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게 올곧기만 한 것인가? 과연 올바르게 살기만 하면 모든 일은 순탄해지는가? 정말 삶은 공평한가? 이런 질문은 관습적 지혜의 한계를 엿보게 해준다. 욥기가 보여주듯이 이런 문제에 관해서 성경은 한 음성만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욥기의 특징은 관습적 지혜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철저한 회의다. 욥은 극심한 고통을 당하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본문에 기록된 욥과 친구들 사이의 긴 대화는 관습적이고 일반적인 지혜가 얼마나 부적절한가를 잘 나타내준다. 여기서 친구들은 이스라엘의 관습적 지혜의 목소리를 대변함은 물론이다. 그들의 생각은 “의인은 흥하고 악인은 쇠한다”는 극히 경직된 ‘잠언적’인 관습적 지혜이다.
욥의 친구들이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들은 주인공인 욥과 욥기의 저자 뿐 아니라 하나님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이었다(욥기 42:7). 관습적 지혜만으로는 고난과 고통에 대해서도, 또 삶의 우연성과 임의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과 납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습적 지혜만으로는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다 설명할 길이 없다. 욥의 바램대로 이루어진 하나님과의 만남도 고난과 고통에 대한 새롭고 명쾌한 답변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예수도 비 관습적인 지혜를 가르쳤던 스승이었다. 사회적 종교적 타부를 범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옳지 않은 일이면 성전에서 돈 바꾸는 사람의 상을 뒤집어엎는 과격한 행동도 불사했다. 예수는 관습적 지혜를 뛰어 넘는 ‘파격적 지혜’의 스승이었다.


이 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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