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교회 ‘우물’ 서 나와 세계로 가길”

2005-08-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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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교회 ‘우물’ 서 나와 세계로 가길”

CGN TV 개국차 LA온 하용조 목사가 세계속의 한국교회가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를 만나다

하용조 목사,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열정’이다. ‘온세상을 위한 교회’라는 온누리교회를 국내에 6개, 해외 20여개 설립했고, 한국의 크리스천 문화를 이끌어가는 두란노서원의 원장이며, 횃불 트리니티대학 총장, 설교집을 비롯한 저서만도 거의 40권을 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바쁜 사역 가운데 지금은 또 ‘온세상을 위한 방송’ CGN TV를 개국, 그야말로 온세상을 다니며 샘솟는 복음의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런 하목사가 간암수술을 여섯 번이나 받았고 당뇨, 고혈압에다 신장 마저 좋지 않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인 것을 알게되면 우리는 그의 열정에 대해 감탄을 넘어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하목사는 매우 건강해 보였고, 활기차 보였으며, 내년이면 환갑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젊어 보였다. CGN TV 미주지국 개국차 LA에 온 하용조 목사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난리치지 말고
넓은 세계로 나가 세상을 변화 시키자


’하용조 없는 온누리 교회’문제 없어
비전이 끌고 가는 시스템 만드는 중

△건강은 어떠십니까
▲마지막 간암수술을 8개월전 받았는데 잘 회복되었습니다. 의사들은 내 몸이 폭탄이라고, 이거 하지 말아라, 거기 가지 말아라, 잔소리들이 많은데 나의 건강비결은 일하는 것입니다. 강단에 서면 살아나고, 설교하면 에너지가 나옵니다. 병은 고통이었지만 병이 없었으면 이만큼 일 못했을 거예요. 병은 나를 통제하는 하나님의 리모트 컨트롤이기도 하죠. 내가 약할 때 하나님의 강하심이 나타나고, 원래 오만한 인간인 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시니까 말입니다.

△온누리교회는 몇 개가 있습니까
▲양재동, 서빙고, 수원 등지에 6개가 있습니다. 국내 출석교인은 애들 포함해 4만명 정도 되지요. 해외에는 일본에 5개, 중국에 5개, 미국 7개, 홍콩, 괌, 이란 등등 해서 20개정도 됩니다.

△남가주에도 3개가 있는걸로 아는데요
▲어바인온누리교회(담임 반태효 목사)와 윌셔온누리교회(담임 도육환 목사)는 비전교회이고요, LA온누리교회(담임 유진소 목사)는 협력교회입니다.

△비전교회와 협력교회는 무엇이 다릅니까
▲비전교회는 독립해있지만 다 같은 한 온누리교회입니다. 그러나 협력교회는 독립적일 뿐 아니라 교회의 주체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비전교회는 흔히 말하는 지교회인가요
▲지교회라는 단어는 종속관계의 개념이 강해서 그보다 미국에서는 캠퍼스교회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어바인의 뉴송처치도 2개의 캠퍼스교회가 있고 새들백처치나 시카고 윌로우크릭교회도 각각 다른 지역에 캠퍼스교회를 세우고 있지요. 한 교회이지만 여러 곳에 회중이 있어 네트워킹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온누리교회는 이런 개념의 교회를 비전교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비전교회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교회들 간에 목사도 바꿉니다.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 되지 않게, 사람 중심의 교회가 되지 않게 하려는 제도지요.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대기업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는 비난도 많습니다
▲일리있는 지적이지만 그것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는 것입니다.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초대교회들이 바로 이런 교회였습니다. 사도 바울이 곳곳에 교회를 세워놓고 전도여행을 다니며 돌보고 네트워킹하고 헌금을 보내주고 하지 않습니까? 이게 서로 돕는 본래 교회의 모습인데 지금은 교회들이 서로 경쟁하느라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나의 목회 철학은 전도는 개인이 하지만, 교회 세우는 일은 교회가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목사 개인의 교회 개척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입니까
▲지금 같이 개척교회가 난립하는 시스템은 끝없는 경쟁만을 불러일으킵니다. 아기를 낳아놓고 혼자 크라고 하면 안되지 않습니까. 계속 지원하고 격려하고 도와줘야지요. 내 생각으로는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하나씩 짝을 지으면 교회들이 건강해질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는 팀웍으로 일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나눠 쓰지 않으니까 선교와 구제에 중복투자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가톨릭 공동체나 연합감리교단과 같은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이군요.
▲그렇죠. 사람이나 개교회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개신교에서도 순복음, 메노나이트, 연합감리교단 같은 곳이 이런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교회가 없어지고 창시자는 가도 그 비전과 핵심가치가 살아있다면 누군가에 의해 계속되지 않겠습니까? ‘하용조 없는 온누리교회’가 계속 이 사회에 공헌하도록, 하용조가 아니라 비전이 끌고 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론은 그럴 듯해도, 실제 그렇게 될까요? 지금 순복음교단에서도 조용기 목사의 은퇴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데요.
▲한번도 시험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교회는 교단, 교파, 개교회 중심으로 60년을 살아왔어요. 우리는 이런 아날로그 패러다임에 익숙해있지만 이 방법으로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시력을 잃은 거인, 방향을 잃은 거인입니다. 갈 데가 없으니 자멸할 것입니다.
나는 꼭 20년전 지하실에서 열두가정을 시작으로 온누리교회를 개척한 이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웠고, 어떻게 해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온누리교회가 더 커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요. 바른 길을 가는 교회, 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교회가 되어야지요.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야한다고 진단합니까
▲세계에 공헌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좁은 땅덩어리에서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난리들이에요. 이민교회도 마찬가지죠. 미국서 살면서 가장 국제화 안 되는 민족이 한국인입니다. 우리끼리 70~80년대를 살고 있어요. 시야를 돌려서 넓은 곳을 보고, 자꾸 다니면서 배워야 합니다. 영어 잘하는 아이들 한국교회에 묶어놓지 말고 미국교회 선데이 스쿨에 보내세요. 그래서 서로 관계를 갖고 영향력을 넓혀야 합니다.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한국인을 500만명쯤 이중국적 주고 외국에 내보내라는 겁니다. 해외에서 30~40년 살면서 자녀들을 세계화시켜야 국제적인 영향력을 갖게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LA에 두란노서원이 들어온 지 오래됐는데 그동안 사역이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적자가 너무 많아서 꾸리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작년 리모델링이 끝나고 작년부터 투자하기 시작해 이제 CGN TV를 개국하면서 본격적으로 일할 차비를 갖췄습니다. 그동안 쌓은 기초위에 문화사역도 하고 바이블 아카데미, 리더십 프로그램, 음악 콘서트 등 많이 할겁니다. 아무래도 내가 자주 와서 돌보고 추진해야죠.

△문화사역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교회가 기독교문화와 대중문화를 양분화하고 배척하는 것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문화는 옷입니다. 공기와 같죠. 없으면 못 사니까요. 기독교 문화는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서구문화가 들어온 것도 기독교와 함께였습니다. 서양문화, 즉 클래식 고전은 음악, 미술, 문학 할 것 없이 모두 기독교문화였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정신이 쇠퇴하면서 세속적 가치관과 다른 종교의 문화가 들어와 대중문화를 형성하게된 것이죠. 대중문화 자체를 배척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컨텐츠가 음란하고 더럽고 부정적이기 때문이죠. 미국사회, 특히 할리웃 영화는 마약, 섹스, 폭력을 빼놓고 말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문제는 대안을 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하지 말라’는 반대 목소리만 높지, ‘그러면 무엇을 하란 말이냐’에 대안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교회의 책임입니다.

△한인 크리스천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첫째 복음으로 돌아가라, 둘째 믿는 대로 사는 훈련하라, 셋째 이익을 포기하고 희생하라, 입니다. 오늘날 크리스천의 최대문제는 자기포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죽을 각오로 희생하고 복음으로 돌아가 삶으로 보여주십시요.


글 정숙희. 사진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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