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시장 풍요속의 빈곤?

2005-08-25 (목)
크게 작게
‘풍년이 되도 거지가 늘고 홍수 속에 먹을 물이 없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것일까?
돈 가치에 비해 주택이 형편없다 보니 비싼 가격대의 집들을 둘러보아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의 멋진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 천정부지로 오른 대도시 주택들의 평균 가격대가 이젠 웬만하면 70만~90만 달러대를 오가고 있는 덕분에 에퀴티가 크게 늘어난 대부분의 주택 소유주들은 지난 몇년새 갑자기 큰돈을 꿰차고 앉아있는 들뜬 마음에 놓여 있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마다 여유가 생겨 소비지출이 이유 없이 늘기도 했는데 콘도건 타운홈이건 단독주택이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큰돈을 갖고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비록 부동산에 걸려있는 에퀴티이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돈으로 생각되기에 얼굴에 자신만만한 여유가 번지기도 하며, 실제로 ‘홈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 등을 통해 돈을 빼 쓰는 사람들도 꽤 늘어난 것이다. 아마도 원유가가 한참 뛰는 가운데서도 미 경제가 짱짱하게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제살 파먹기 식의 우물안 경제상황인 것이다. 생산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아닌 마구잡이로 튀겨놓고 불려놓은 부동산 에퀴티로, 그것도 최단 시일내 몇 배로 늘어나는 에퀴티의 증가로 누구 할 것 없이 복권이라도 맞은 듯 자기최면에 걸려 액수의 많고 적음에도 둔감해 졌고, 이제는 100만달러 정도는 무섭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은 보통의 화폐가치 정도로 생각하는 데에 좀 더 유연해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집의 에퀴티만 그렇게 늘어난 것일까? 결코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전체가, 아니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세계 전체의 부동산가격이 다 올랐으니 이젠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다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고, 바로 그 점이 새로운 문제의 시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물 안 개구리는 제돈 놓고 제돈 따먹기식으로 주고받다가 언젠가 우쭐하여 세상 밖으로 나와 보게 되면 세상 물가만 잔뜩 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될 터인데, 정작 우리자신 스스로가 물가를 잔뜩 올려놓은 것은 여전히 깨닫지 못할 것이며, 안다고 해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니.
바로 이런 부분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걱정하는 인플레이션인데, 그린스펀은 실체도 없는 돈을 놓고 기분 좋게 펑펑 써가면서 물가만 잔뜩 올리게 되는 만성 인플레이션에 빠져들 것을 염려하여 이미 일부의 부동산거품에 대해 경고도 하고 달래기도 해왔었다.
이제 FRB 의장이 교체 된다면 미 경제를 비롯한 전세계의 경제가 한바탕 홍역을 치룰 것은 분명하다.
만일 그때 가서도 현 상태의 부동산시장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의 하락을 말함이 되고, 혹시 거품이 빠지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이는 엄청난 소용돌이의 전초임을 암시하는 것이기에 벌써부터 양쪽 모두는 무거운 짐일 수 밖에 없다.
즉 계속 뛰는 주택가는 물론 가격하락 움직임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 자칫 풍년의 거지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케니 김

(909)641-8949
www.EZfindHome.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