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말 술술 ‘우리 신부님’

2005-08-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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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술술 ‘우리 신부님’

한국에서 20여년간 선교활동을 펼친 양진홍 신부는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멕시코 출신 양진홍 신부 “말 달라도 하나님 아래 한 가족”

“같은 하느님 아래 말과 문화는 달라도 우리는 한 가족이지요”
타운 남쪽 워싱턴과 크렌셔가 만나는 교차로 동쪽에 자리 잡은 성바오로 한인천주교회는 한인과 스패니시, 그리고 흑인 신자가 함께 미사를 갖고 교제하며 다민족 신앙공동체로 성장해왔다.
이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은 멕시코 출신의 양진홍 본당신부.
성바오로성당에는 양진홍 신부 외 3명의 신부가 모두 남미출신이지만 전체 신자 8,000여명 중 한인 신자가 20%에 이른다.
타운 내 한인성당에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이리시 출신의 신부는 꽤 눈에 띄지만 스패니시와 한국어, 그리고 영어를 함께 구사하는 신부는 흔치 않다.
스패니시 본명보다 양진홍이라는 한국이름을 선호하는 이 멕시코 신부는 77년부터 20여년 동안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돼 서울 성수동, 광주 산천동, 부산 사직동 등지에서 사목활동을 펼치다 지난 2001년 성바오로성당 본당 신부직을 임명받았다.
양신부는 “내가 한국어를 배우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발전하는 한국의 모습을 지켜보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회고한다. “이제는 모국어인 스패니시보다 한국어가 더 편하다”고 농담을 건넨 양 신부는 말 첫머리를 “‘우리’ 한국사람은…”이라고 시작할 정도로 한국말에, 한국정서에 동화된 한인 신자들의 ‘우리’ 신부님이다.
양 신부는 “한국 사람은 부지런하며 현실적이며 조직적이다”라고 칭찬하며 “무엇보다 따뜻한 ‘정’을 품고 아낌없이 나눌 줄 아는 민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때로 한인들끼리 뭉치는 친화력이 강해 다른 민족에게 배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우려하며 “종교를 통해 타민족과 화합하는 작은 시도와 노력이 사회로 확대되면 소수민족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성바오로성당은 전체 신자 중 70%가 남미출신, 20%가 한인, 그리고 나머지 10%가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이 차지하며, 다양한 예배순서와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준비해 타민족간에 교류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신자가 종업원을 구할 경우 일자리가 필요한 신자와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양 신부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한 소수민족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민자들은 새로운 땅에 적응을 해야 함과 동시에 민족 고유의 전통을 잊지 않고 대물림해야 하는 두 가지 난제에 부딪힌다”고 말하고 “이민교회는 이들이 문화적 충격을 줄이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바오로 성당 한국어 미사는 매주 수, 목,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전 10시, 그리고 일요일 오전 11시30분과 오후 70시30분에 열린다.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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