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휴가를 준비하며

2005-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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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란 단어를 생각하면 언제나 기억나는 것이 있다.
아직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했던 걸프전 때의 이야기이다. TV에서는 전쟁을 생중계로 보도했고 사람들은 소파에 앉아서 영화를 보듯이 전쟁을 감상했었다. 탱크부대가 진격을 하면 비행기에서는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수많은 폭탄이 터지고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수도 없이 죽어갔다. 경제가 불황으로 빠져들고 물가는 치솟았다. .
이처럼 치열한 전쟁을 보도하던 끝에 전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TV에서 보도되었다. 지금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플로리다의 한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하며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물론 다음날 신문에도 그 사진이 실렸는데 비난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한국 사람인 내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는 군인들이 비참하게 죽어가고, 나라의 경제는 불황으로 빠져들고, 온 국민들은 애국심 하나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는 판에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가롭게 혼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인가?
가까이 지내던 글렌이라는 미군장교에게 물어보았다. “신문 좀 봐라, 지금 온 나라가 전쟁중인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지금 이렇게 휴가를 즐겨도 되는 거냐?
미 해병대의 중대장이었던 글렌은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말했다. “지금은 너무도 중요한 때가 아니냐?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대통령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하냐? 더욱이 대통령도 사람인데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겠느냐? 이럴 때 얼른 휴가를 보내서 몸도 마음도 쉬게 해서 전쟁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해야 되는 게 아니냐?”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통령의 휴가는 법으로 정해 놓은 강제조항이었다.
미국 대통령에게만 휴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쉼이 필요하고, 안식이 필요하고, 휴식이 필요하다. 특히 충성으로 무장된 주님의 제자들에게도 역시 휴식은 필요하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와서 쉬어라” 이 말씀은 전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주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었다. 이젠 좀 쉬라는 것이다.
인간에게 쉼이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신 분은 하나님이셨다. 그래서 아예 칠일 중에 하루는 안식하는 날로 정해서 지키게 하셨고 더욱이 당신이 먼저 쉼의 모범을 보이셨다. “하나님이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창세기 1장에 기록된 말씀이다.
‘휴가로서의 안식일’, 주일을 준비하며 마음으로 그리는 꿈이다. 중요한 사람일수록, 바쁜 사람일수록, 특히 중요한 책임을 많이 진 사람들이 주일마다 쉼을 얻고 휴가의 안식을 누리는 꿈, 야무진 꿈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매력이 있지 않은가?
98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간 록펠러의 고백이 나의 꿈에 생기를 더한다. “주일은 반드시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며 마음의 쉼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장수 비결이었다.”


우 광 성 목사
(은강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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