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보다 더 화끈한 유럽 부동산

2005-07-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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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더 화끈한 유럽 부동산

프랑스 시내 중심가 인근 한 고급 아파트에 포 세일 사인이 걸려 있다. 프랑스는 1997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87%나 급등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면 유럽 시장은 절절 끓는다. 눈을 돌려 파리나 스페인에 집을 사 뒀더라면 LA에 투자한 것보다 몇 배나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실비아 잔슨은 파리의 고급 주택지역인 파크 몬슈에서 2 베드룸 아파트를 살 계획으로, 120만 달러쯤이면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짐작은 어림도 없는 것이었다. 50만 달러는 더 줘야 살 수 있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지난해 집값이 2%밖에 오르지 않은 것에 비하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상적으로는 2년 전쯤 투자를 해뒀더라면 큰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은퇴한 헬스케어 컨설턴트인 그녀는 아쉬워한다.


97년 이후 미국 평균 73% 급등
영국 154%, 스페인 145% ‘폭등’
달러 올라 최근 미국인들 입질

주택 붐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적인 붐이다. 일부 국가에 비하면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오히려 선선할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997년 이후 평균적으로 87%가 올랐다. 같은 기간중 미국은 73% 상승.
프랑스는 약과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영국은 평균 154% 급등했고, 스페인은 145%, 아일랜드는 192%나 폭등했다.
부동산 경기가 이토록 타는 듯 뜨거운 이유는 낮은 이자율이 주원인.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기록적으로 낮은 이자율 덕분에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서유럽의 이자율은 미국보다 더 낮았다. 미국의 연방기준금리가 3.25%로 상승해 있는데 반해 유럽은 여전히 2%로 낮고 앞으로 몇 달 후면 더 내릴 전망이다.
여기에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미국서와 같은 최신형 모기지 융자 제도가 도입돼 부동산 취득의 길을 한층 넓혔다. 유럽에서는 15년 고정 모기지가 보통이었으나 2-3년 전부터 미국서와 같은 변동 모기지, 이자 온리 모기지등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또 부동산은 거품 파열의 위험이 큰 주식 시장과는 달리 보다 안정적 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경기를 이끌고 있으며, 특히 올 봄에는 최근 3년간 하락해왔던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섬으로써 많은 미국인들을 파리나 스페인의 코스타 브라바, 이탈리아의 코모 등지의 부동산 투자로 불러들이고 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비해 올해들어 약 10% 가치가 상승해 유럽 투자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남편은 이탈리아인이고 아내는 미국인인 벨리니 부부는 로마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교외로 나가 집을 살 계획이다. “LA에 있는 은행에 예금이 있는데 그 돈을 꺼내 집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달러 가치가 최근 많이 오른 것이 이런 생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부동산 붐은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문가 토머스 헬브링은 “내게 가장 놀라운 것은 부동산 붐이 지속되고 있는 기간이다”고 말한다.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세계적인 부동산 붐은 지난 1995년 내지 1997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호주와 영국은 이미 10년이 넘게 붐을 타고 있다.
물론 모든 국가의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뒷걸음치는 부동산 경기로 인해 실업과 소비지출이 더 악화되는 형국을 맞고 있고 영국은 장기간 계속된 집값 상승으로 집은 일반 서민들은 살 수 없는 것이 돼 버렸다.
지금의 세계적 부동산 붐이 우려되는 이유는 소비자 부채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 미국의 경우 지난해 첫 주택 구입자의 45%가 ‘노 다운’으로 집을 융자받아 매입했다. 전체 평균으로 봐서도 노다운 매입이 25%에 달했다고 전국부동산협회는 밝히고 있다.
또 투기적 주택 매입에 자주 이용되는 이자 온리와 같은 모기지융자가 많아 지금과 같은 주택 경기가 터질 위험을 높이고 있다.
항상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은 찾아오기 마련. 부동산도 붐과 파열의 사이클은 역사적으로 계속돼왔다.
IMF의 헬브링은 1970년부터 2001년 사이 유럽 14개국 대상 연구에서 부동산 경기 파열은 어김없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오직 하나 미국만이 이 기간중 파열(bust)로 부를만한 전국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없었을 뿐 모든 유럽 국가들은 ‘버스트’를 겪었으며 뒤이은 경제 침체로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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