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순한 손짓 아닌 마음을 전하는 말”

2005-07-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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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손짓 아닌 마음을 전하는 말”

남가주밀알선교단 조현철 전도사(오른쪽)가 수화교실 수강생에게 ‘감사합니다’는 표현을 가르치고 있다.

‘밀알선교단 수화교실’강사 조현철 전도사

눈앞에 환하게 핀 꽃밭이 펼쳐져 있다고 상상하세요. 그 꽃을 한 움큼 쥐어다 코에다 갖다 댄다면 향기 때문에 날아갈듯 행복하겠죠? 이것이 수화로 ‘좋다’라는 표현이에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교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은 일반인과는 달리 ‘수화’라는 언어를 통해 손짓, 몸짓, 얼굴의 표정 등을 사용해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다.
남가주밀알선교단(단장 이영선)이 지난 11일부터 실시하는 제 9기 수화교실에서 강사 조현철(30) 전도사는 처음 배우는 수강생들에게 수화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몸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수화가 아름다운 것은 단순히 손을 이용하여 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몸짓이 함께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손이 신체 어디 부위에서 움직여지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죠”
남가주밀알선교단은 매년 두 차례 수화교실을 진행하는데 여기에는 수화 자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 청각장애인 친구와 가까운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장애인, 청각장애인을 둔 가족, 장애인 사역에 관심 있거나 봉사하는 사람들, 전문 수화통역사를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다.
수화교실은 5개월 과정으로 기초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뉘며, 초급반은 자음, 모음, 철자법과 숫자, 그리고 짧은 단어를, 중급반은 하나의 문장을, 그리고 고급반은 청각장애인들과의 대화 기술 및 이들이 일상대화에서 사용하는 농식수화를 가르친다.
농식수화 또는 자연수화는 청각장애인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수화인데 문법을 무시한 농아인 특유의 관용적 표현들이 상당수 들어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과 능숙한 대화를 원하거나 수화 통역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이를 숙달할 필요가 있다.
조현철 전도사는 “청각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단절되는 가장 큰 이유는 타인과의 의사소통 장애 또는 이로 인한 정보 접근의 어려움인데 수화교실을 통해 의사소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때 너무나 뿌듯하다”며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정상인에게도 수화가 생활의 한 부분이 되는 날을 꿈꾼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일 년만에 뇌성마비를 앓아 안면근육이 불편한 장애인인 조 전도사는 수화 경력 6년의 베테런 강사이다. 그가 수화를 배우게된 동기는 ‘온전한 예배’를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예배시간에 찬양할 때면 얼굴장애 때문에 표현하는데 부족함을 느껴 속상했습니다. 강남대학 신학과 재학 중 수화교실 광고를 보고 ‘이거다’ 싶어 배우기 시작했죠. 하나님께 제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할 방법 찾아 너무 기쁘고 행복해 남들보다 빨리 습득할 수 있었죠.”
한국 밀알선교단 수화교실 강사로 활동했던 조 전도사는 남가주밀알선교단의 초청으로 미국에 와 아주사퍼시픽대학에서 신학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남가주밀알선교단은 나성영락교회, 베델한인교회, 남가주사랑의교회 등 교회 장애인사역부와 손잡고 주일 예배시 수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른 교회 및 봉사단체들과 연계해 수화교실과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남가주밀알선교단의 수화교실은 초급반은 화요일 오후 5시 남가주 든든한교회와 일요일 오후 1시 새한교회에서, 중급반은 금요일 오전 10시 가디나제일장로교회에서, 그리고 고급반은 월요일 오후 7시 온누리교회와 목요일 오후 5시 새한교회에서 진행되며, OC지역 초급반은 월요일 오후 7시, 중급반은 화요일 오후 7시 밀알선교단사무실에서 열린다. 문의 (714)522-4599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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