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신도의 성경이야기 ‘모세오경과 율법’

2005-07-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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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성경(구약)의 첫 다섯권 즉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및 신명기를 흔히 모세오경이라 부른다. 으레 모세가 이 다섯권의 저자이고 그 당대에 썼을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많은 학자들은 이 책들이 훨씬 후에 쓰여졌을 것으로 여긴다.
창세기 1장 1절에서 시작된 창조 이야기는 곧 이스라엘의 창시이야기로 이어진다. 시내산에서 언약과 율법을 전수받는 이야기, 광야를 거쳐 약속의 땅 경계에 이르는 것으로 모세5경은 마무리된다. 이는 이스라엘이 하나의 나라로 정립되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모세 5경에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계시한 613개의 율법이 들어있다. 물론 그 중에서 제일 잘 알려진 것은 십계명이다. 십계명은 출애굽기와 신명기에 약간 다르게 두 번 기록돼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남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사회생활에 필요한 계율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모세 5경에는 윤리와 종교의식 문제로부터 민법과 형법에 이르는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그래서 이는 고대 이스라엘의 헌법과 성문법의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살던 세계의 틀을 마련해주는 구실을 했다.
성경에는 하나님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왕, 아버지, 목자 등 수많은 비유가 있고. 그 중에는 특히 재판장(judge)이나 법을 주신 이(law giver) 등의 표현이 있다. 이런 상징적 표현은 율법이 하나님이 주신 법이기 때문에 우리가 따르고 지켜야 한다는 암시를 짙게 해준다. 그러나 이 율법 중에는 우리가 따를 수 없거나 또 따르면 안 되는 것 혹은 시대에 적합지 않은 것들도 많이 있다.
히브리성서 시대로부터 신약이 쓰여진 때에 이르는 수천년은 왕정과 왕권이 팽배하던 때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면 그 당시 하나님을 왕으로 표현하고 그런 개념으로 생각했던 것은 극히 당연했다. 이처럼 ‘왕’이나 ‘법을 주신 이’ 등의 표현이 율법은 마치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어떤 ‘요구조건’인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기독교인의 의무인 것처럼 비춰지게 한다. 이런 ‘조건부적 신앙’은 ‘율법주의적 신관’을 낳는다.
이런 율법주의적 신관은 다시 율법주의적 믿음과 율법주의적 삶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하나님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라는 개념에도 배타되는 것이다. ‘은혜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 것’은 하나님에게서 받는 공짜 선물이지 무엇을 행함으로 받는 상이나 대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모세오경에 기록된 모든 법규나 율법은 여러 세기의 이스라엘 역사를 거쳐오면서 각기 다른 시대에 생겨났고 축적되어 왔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모든 법은 거룩한 산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준 것으로 소개됐고 따라서 이스라엘의 탄생 때로 소급되어 기록됐다.
고대 근동지방의 다른 법전에도 유사한 법들이 많이 수록돼 있다. 이들은 당대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사회상의 반영임을 알 수 있다.


이 지 교
(평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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