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씨앗

2005-07-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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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이번 계획만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라는 직원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이 빈대 보다 못한 것들아”라며 호통을 치고 밀어 붙이던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빈대도 생존을 위해 사람의 피를 빨아 먹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전 한다고 얘기했다.
정주영회장이 인천에서 노무자로 일하던 시절,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곤히 잠이 들면 자신의 피를 뽑아 먹으려는 빈대와 한 바탕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네 개의 밥상다리 물그릇까지 놓고 밥상 위로 피신해서 자고 있는 정 회장을 빈대는 또 다시 물기 위해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에서 다이빙하여 정 회장의 배꼽에 떨어져서 무는 악착같은 빈대를 보고 얻은 정 회장의 경영철학 중의 유명한 말이다.
정 회장은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한민족들의 숙원사업이 이었던 남북화해의 물꼬를 텄고, 나라경제를 실제로 일으키는데 실무적 인물이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 꼭 최고의 자리가 아니어도 경제인의 직분으로서도 국가와 인류의 안위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대북사업은 결과야 어떻든 아버지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은 것이요, 기업의 성공은 당시 누구나 격은 것이었지만 가난의 뼈저린 체험에서 온 각오와 다짐이었다. 필요와 아쉬움은 결국 성공의 길로 달릴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실패는 직분 이탈에서 온 욕망의 결과라는 것을 우리는 교훈으로 받아들인다면 정 회장이 남긴 또 하나의 지적 유산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직장에서나 사회단체에서 자기의 분수와 직분을 망각하고 명예의 욕심에서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려고 할 때 실수와 부작용은 연속되며 그 손실은 고스란히 주변사람에게 돌아간다.
우리 신체에서도 이목구비와 수족들이 모두 너무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머리가 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불평 없이 자기의 직분들을 이행하고 있으니 우리 몸의 구조만큼은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욕심과 시기심과 이기심이 날마다 샘물 솟듯 솟아나고 있으니 완벽한 신체구조에 비해 사람의 심보만은 신의 실패작이라고 돌려 버려 버리면 어떨까? 어쨌든 인간에게는 생각의 자유가 주어졌다.
이런 자유를 자신감으로 긍정적이고 건전하게 이웃을 위해 쓰고 있을 때는 무한한 행복과 아름다움을 영유 할 수 있지만, 명예욕과 탐심만을 가졌을 때에는 무시무시한 인류의 전쟁 역사를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작은 일에도 차분히 직분에 충실하다 보면 모든 일에 관능적인 면모가 개발되고 결국에는 모든 일에 달인이 되고 통치자도 될 수 있는 것이 무한한 사람의 재능이라고 본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기초가 튼튼해야 높이높이 쌓아 올릴 수 있는 건물처럼 말이다.
며칠 전 다녀온 세코이아 팍에서 유명한 ‘제너럴 셔먼 트리’ 앞에 섰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라고 한다.
5베드룸 하우스 40채를 만들 수 있는 이 나무도 애초에는 아주 작은 하나의 씨앗으로 부터 일 게다. 씨앗은 씨앗으로 직분을 다 했다고 본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www.newstarrealty.com ceo@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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