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김대중의 부동산 가이드/ 양보할 줄 아는 마음

2005-07-02 (토)
크게 작게
김대중<부동산 전문인>

부동산 중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매물을 가지고 사고파는 것이 전부인 듯하지만 사실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상호간 양보를 얻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이 아닐 듯싶습니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 중개인으로서의 주 업무가 시작되는 것이며 그러한
면으로 볼 때 부동산 중개인의 업무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업무를 떠나 거래의 시작과 끝을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서로 다른 개성과 방법을 가진 분들이 한 건의 매매를 하는 과정을 한편으로는 마음이 훈훈하고 상쾌한 끝을 보이는가 하면 다른 분들의 경우 여러모로 아쉽고 뒤끝이 편치 않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팔거나 사거나 분명히 상대방이 있기 마련인 부동산 거래에서의 당사자들 개인의 마음가짐과 거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게 됩니다.


이와 연관하여 최근에 필자가 겪은 두 사람의 고객과의 업무는 무척 대조적인 이야기일 것입니다. A씨는 퀸즈에서 주택을 매각하는 셀러이었으며 B씨는 롱아일랜드의 주택을 매각하는 입장이었습니다. A씨의 경우 주택을 사고파는 고객이었으며 새로 산 주택의 집 단장을 위해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파는 클로징을 6월 말경으로 하는 것이 본인들에게는 가장 좋은 일정이었으나 바이어 측에서는 맞벌이를 하는 본인들의 형편에 따라 6월 초순으로 클로징 일정을 맞추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물론 클로징 이후 6월 말까지 새 주인이 내어야하는 융자상환금과 세금 등을 렌트비 식으로 일정한 금액을 정하여 내어야 하는 약속도 같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커다란 양보가 필요한 것이었고 일반적으로 즉, 내 욕심만 차린다면 예정대로 6월말 클로징이 A씨에게는 가장 유리한 것이었습니다. 클로징 후의 계속 거주비용인 약 1천달러 정도의 비용 손실이 A씨에게 초래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새 집주인을 위해 기꺼이 본인의 작은 이익을 양보하였습니다.

수십만 달러대의 주택거래에서 1천달러의 규모는 작은 금액이지만 단순히 금액만을 놓고 볼 경우 1천달러는 결코 작은 액수만은 아닐 것이며 바보
가 아닌 한 모든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을 것이지만 A씨 부부는 본인들의 바이어를 위하여 양보를 하였고 따라서 아주 즐겁고 화기애애한 클로징을 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른 본인들의 즐거움도 매우 컷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B씨의 부동산 매각의 경우는 리스팅으로 부터 가격의 흥정, 계약 그리고 클로징까지 A씨 부부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시가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받기를 원하였고 다행히 좋은 바이어가 나타나 좋은 조건으로 가격이 결정되었으나 끝까지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인스펙션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의 결함들과 지적사항들을 모두 바이어에게 떠넘기기를 원하였고 석면소재가 포함된 보일러 상부의 배관들에 대한 석면 제거 역시 바이어에게 넘기기를 원하였습니다. 보일러 인스펙션 등 몇 개의 위반사항이 지적되었을 때에도 나몰라라하는 식으로 대처하였습니다. 물론 본인이 선임한 변호사의 충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을 계속 부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클로징 당시에 바이어의 융자 은행측에서 당 문제들에 대한 셀러로서의 책임을 지적하였고 또한 더 이상 양보하기에 지친 바이어 측에서는 이러한 셀러의 욕심이 계속될 경우 부동산 매입을 취소하겠다는 결정을 하였고 현장에서 이를 B씨에게 통보하고 클로징 장소를 떠나려하자 사실 급하게 건물을 팔아야하는 사정이 있었던 B씨는 그때서야 상대측의 요청에 따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벌써 B씨의 욕심과 고집에 의가 상한 본인의 변호사 역시 더 이상의 충고도 없이 일사천리로 클로징을 진행하였고 작지 않은 금액의 약속이행보증금(Escrow)을 잡히고 클로징이 가까스로 끝난 B씨의 표정은 어둡고 실망에 가득찬 그것이었으며 바이어 측과 클로징에 모인 어느 사람으로부터 덕담도, 인사도 받지 못한 채 클로징 장소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그 모습은 본인의 욕심만을 줄곧 앞세워왔던 패자의 초라한 뒷모습이었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단순한 물건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살던 정들은 주택과 그곳에서의 추억을 팔고 또한 새로운 희망과 안식의 거처를 사는 것입니다. 매매과정에서 조그만 양보와 너그러운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면 어디를 가더라도 행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