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고 싶은 이야기 ‘사랑하며 감사하며’

2005-07-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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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멕시코 로사리도에서 엔세니다까지의 자전거 대회 때 선수들은 가지각색 멋진 유니폼을 입고 산과 들, 노란 야생화로 뒤덮인 고원지대, 작은 마을들과 인적 드문 언덕배기의 시골길 그리고 시원하고 아름다운 바닷가를 지나 골인 지점까지 달린 50마일은 정말 장관이었다. 햇빛은 따가웠지만 살랑거리는 미풍은 흐르는 땀을 식혀줬고 끝이 보이지 않도록 길게 이어진 행렬은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자아냈다.
내가 사는 LA 주변에는 강둑을 이용하여 만든 자전거 전용 트레일이 여러개 있다. 어디에서 시작하든 대부분 바다에서 끝나게 되는데 길게는 왕복 70마일에 가깝다. 신호등이 없고 널찍하고 깨끗하게 단장된 아스팔트길은 가는 선과 오는 선을 노란 선으로 구분하여 매 0.5마일마다 표시돼 있어 내가 얼마나 빨리, 혹은 멀리 갔는지 앎과 동시에 한번도 멈출 필요 없이 달릴 수가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내가 자전거 타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타이어 펑크 시 고칠 수 있는 부품을 깜박 잊고 나갔다가 도중에서 펑크가 나 난감해 하고 있을 때었다. 지나가던 2명이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오더니 자신들의 엑스트라 튜브와 공기주입 탄알(Biker들은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손가락 만한 압축된 CO2 개스 탄알을 이용함)까지 써가며 다 고친 후 내가 타보고 괜찮은지 확인까지 한 후 갔던 일이 있었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데 이번 자전거 대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목격했다.
내 친구 어거스틴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눈도 보고 사진도 찍을 겸 산에 간 적이 있다. 오후에 하산하여 돌아오는 도중 멋있는 경치를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려고 차의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지그재그 미끄러져 눈 속에 처박혀 겨우 섰다. 차 문을 여니 낭떠러지였다. 아이들을 차 뒷문을 이용해 먼저 내리게 하고 친구도 차에서 빠져 나와 지나는 차들에 도움을 청했지만 날씨가 어두워지며 얼기 시작하는 추위 때문인지 아무도 서지 않고 지나갔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연락도 할 수 없고 산 속에서 어린애들마저 있어 정말 걱정이었는데 그중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젊은 남자 둘에 여자 하나. 아마 스키를 탄 후 귀가하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차에 묶었던 체인을 풀어 내 친구의 차에 묶었고 친구는 본인의 일이니까 손이 시려도 참으며 눈을 치웠지만 그들도 손이 시릴텐데도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눈을 치워 겨우 차를 끌어냈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에 괜찮다며 조심히 운전하라는 당부까지 하고 갔다.
그 후부터 그는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와 같았던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고마움을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려는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는 축복된 삶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제물로 바치는 자 나를 높이 받드는 자이니…’(시편).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판단의 능력을 주심은 입고 받은 은혜를 잊지 말고 감사로써 보답하라는 뜻이 아닐까?


임 무 성
(성아그네스성당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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