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뚝만 박아도 서로 “사겠다”

2005-06-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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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만 박아도 서로 “사겠다”

완공이 안된 집이 웃돈을 주고 거래될 정도로 요즘의 주택 경기는 위태로울 만큼 뜨겁다.

다 짓지도 않았는데 집을 사겠다는 바이어가 줄을 잇고 있다. 말뚝만 박아도 집이 팔린다. 연방정부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신축중 미완공 주택 판매는 12개월전에 비해 47%나 급증했다. 이는 건설업체가 말뚝만 박아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완공되지도 않은 주택이 웃돈을 주고 거래될 만큼 주택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것.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과열 수요는 건설업체로 하여금 과잉 공급을 낳게 하는 한편으로 단기차익을 노린 주택 투기를 불러 결과적으로 현재의 뜨거운 주택 경기에 찬물을 부을 것으로 본다. 즉, 거품 파열을 예고하는 또 하나의 자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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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공 신축 주택 매물(단위 1,000채)



미완공 신축 주택 거래 급증
‘웃돈’ 투기적 전매마저 성행
과잉공급 초래…거품 파열 징조

연방 센서스국은 4월 현재 건설 예정인 주택 8만8,000채가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고 밝히고 1년전 6만채, 5년전 4만채에 비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연방정부는 건설 예정 주택에 대한 관련 자료를 지난 1973년부터 집계해오고 있는데 4월 현재의 수치는 역대 가장 높은 것이다.
주택에 대한 수요는 입도선매할 정도로 높은 데 반해 신축 주택 공급은 4.1 개월분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년전에 비해 0.1% 밖에 증가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택 건설업체들은 현재 주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과열 수요는 주택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으며, 나아가 집을 많이 지은 건설업체와 투기적 바이어들을 곤경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과수요가 경기에 역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공급이 비신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컴의 수걱경제분석가 마크 잰디는 “주택 개발 파이프라인은 매우 길어서 주택 수요가 둔화되는 것을 보고 잠궈도 중단시키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주택 건설은 택지 개발과 건설 등 장기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수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없어 초과공급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이 모두들 성장 쪽으로 가는데 방향을 갑자기 틀기란 매우 어렵다”고 한 주택 건설업체 대표는 전했다.
과열 수요는 또 다른 측면의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
바로 투기적 전매. 투기꾼이 끼어 들어 미완공 주택을 디파짓을 하고 구입해서 완공되면 더 비싼 값으로 판다. 완공되기 전에도 전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투기적 전매는 최근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전국주택건설업협회(NAHB)에 의하면 주택 경기가 뜨거운 전국 30개 메트로지역에서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가 단독주택의 매입한 경우가 11%나 됐다.
건설업계와 관련 당국은 투기적 전매가 주택 경기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만큼 방지에 애를 쓰고 있으나 쉽지가 않다.
대규모 주류 건설업체들은 투기목적의 매입을 차단하는 등 투기 방지 규제를 최근 강화하고 있다.
‘톨 브라더스’사의 로버트 톨 사장은 “가격 튀기기가 점점 성행하고 있어 경제전문가와 정부 당국, 그리고 업계의 걱정이 커가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협회 최근 조사에서 건설업체의 64%는 바이어들이 완공 이전에는 집을 되팔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답했고, 82%는 실수요자에게만 주택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기적 전매를 완전히 차단하기란 어렵다. “메이저 개발업체들이 규제를 한다지만 길 건너 다른 건설업체들이 딴 행동을 한다면 규제를 엄격하게 지켜나가기가 힘들 것”이라고 CGM 부동산 펀드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아직까지는 과잉 공급이나 나아가 투매는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잰디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과잉공급으로 판매되지 못한 주택들이 종국에는 주택 시장에 찬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했다. “주택 개발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인구가 증가한다는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지만 수요가 둔화될 경우 초과 공급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자만(interest only)’ 모기지와 변동 모기지가 급증한 것도 주택 시장에 거품이 크게 끼었음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징조라고 그랜츠 이자율 어버저버사의 제임스 그랜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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