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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리의 건축 칼럼/ 노가다와 건설인

2005-06-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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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리<.코코 디벨롭먼트 대표, Block&Lot 이사 >

노가다라는 말은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 일본인들이 노동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당 노동자들을 일명 일컫던 말이다. 그 책임자를 노가다 십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현재 이 말은 아주 형편없고 막되 먹은 사람들을 일컬을 때 일반인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때로 이 말이
단순 노동자뿐 아니라 대목, 소목 하는 목수 기술자들에게도 일반적으로 쓰이곤 하는데 이 말은 좋은 뜻도 아니고 일반 건축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에게 쓰여서는 안 되는 말이다.

예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에게서 들은 말로는 일본의 목수들은 그 도제제도가 하도 엄격해서 어느 큰 공사가 있으면 주로 합숙을 하면서 일을 하는데,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연장을 상전 모시듯이 차곡차곡 정돈하고 작업복을 깨끗하게 정리정돈 한 후에 대패 날을 분리해서 날을 세
우는데 무릎 꿇고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날을 갈아 간수했다고 들었다. 어느 신참 목수는 졸리는 잠을 참지 못해 졸면서 갈다가 고참 목수로부터 뾰족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아 피가 솟구치는 일이 생기기도 했었다
는 이야기를 들으면, 목수 기술자의 자세와 정신력 그리고
고된 훈련들이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라 느껴왔다.


그런데, 요새 이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일반 건축주들과 현장 목수들 사이의 잡음이 심각한 경우가 있어서 공사 그 자체가 전쟁 이다시피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시점에서 보통은 건설 노가다 만 잘못했다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데 그 정 반대의 이야기도 많이 봐 왔기에 그
중에서 한 가지를 실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이민 의뢰인인 건축업을 하는 R씨는 전반적인 이민문제로 우연하게 C씨를 알게 되어 의뢰하게
되었는데 두 손 모아 악수하며 깍듯이 예우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그를 신뢰하고 일을 맡기면서 여러 명의 친구와 지인들도 소개해주었다.

몇 년 후에 C변호사는 이민 수수료 등으로 돈을 좀 벌게 되어 집을 사게 되었고, R씨가 건축전공 및 건설업을 하는 것을 알고 난 후 중국인 건설업체 2개사와 경쟁시켜 R씨가 조금 비싸게 견적을 냈는데 그의 부인은 중국인들은 디자인 감각이 없고, 싸지만 마무리가 시원치 않다며 R
씨에게 공사를 맡기게 하였다. R 씨는 본인의 이민 담당 변호사가 일을 맡겼기 때문에 비록 C 씨가 나이는 어리지만 예우를 갖추고 아주 싼값에 정성으로 공사를 해 주었다.그런데, C 변호사는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일층, 이층 공사 중에서 일층의 화장실과 부엌은 자기의 외국인 동서가 플러밍을 하는 업자이기 때문에 그에게 공사를 맡겨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공
사금액에서 그 쪽 Portion 을 빼겠다고 하며 얼마 되지 않는 총 공사금액에서 빼내갔다.

그래도 R 씨는 그래 내가 조금 손해 보지 하며 웃는 낯으로 공사를 진행하는데 맨 처음 공사시작 시에는 “R 선생님이 알아서 잘 끝내주십시오” 하던 사람이 공사 진행 중 공사금액은 생각지도 않고 마루가 방음 장치가 되도록 최고 비싼 두꺼운 합판을 먼저 깔고 그 위에 마루 마감재 중에서도 아주 비싼 고급 마루를 깔아 달라고 요구했다. R 씨는 견적에 이런 재료는 쓴 적이 없고 가격도 맞지 않아 공사대금에 맞는 재료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벌컥 화를 내며 공사 그만두라는 요구를 했고, R 씨는 그 부인과 의견을 조율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작업 중간 친구나 친척들과 현장에 들른 C 변호사는 재료를 바꾸라는 등의 요구를 끝없이 했고 결국은 영주권이 없던 R 씨의 약점까지 들먹이는 불상사까지 겪고서 공사는 마무리 되었지만 R 씨는 손해와 언짢은 마음 그리고 나머지 잔금도 다 받지 못한 상태였다.

여기에서 과연 의뢰인들이 건축일을 하는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들도 건설현장의 책임자나 주인이라면 그 계통에서 기술과 견적, 디자인 감각, 공기 등을 공부하고 실습하면서 나름대로 오랜 세월동안 의사나 변호사 못지않은 열기와 열성으로 일 해온 사람들이다.집을 짓고 고치는 일은 어느 직업보다도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잘 해봐야 본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된 직업이다.

그렇지만, 의뢰인들이 따뜻한 말한 마디와 협조를 보이고 그들을 당당한 전문인으로 인정해줄 때, 모든 건설인들은 돈 그 자체보다도 아름답게 완성돼가는 일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더욱 잘 해 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작용 반작용이 있는 것이다. 분쟁이 생겼을 때는 반드시 양쪽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 결과는 양쪽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본자세가 작은 분쟁조차도 발전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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