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가주 주택 매물 없다 부동산 둔화 조짐

2005-06-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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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부족 심화… 가격은 상승

“이사를 가고 싶어도 나온 집이 없습니다”
남가주 주택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지만 정작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주택시장에 매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지역을 찾아,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당장 주택시장에 나온 집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 나와있는 주택은 공급부족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가격상승의 혜택을 맛보고 있다.
150만 달러에 집을 장만했던 변호사 이안 랜드버그는 “현재 내 집은 200만 달러가 됐다. 그러나 다른 집들의 상승에는 못 미쳤고 이사를 가려해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회사 리얼티 코리아USA의 제이슨 김 사장(41)은 “남가주의 특성상 이민자 등 유입인구가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존의 주택보유자 역시 오른 집 값으로 집을 팔아도 다른 집 역시 가격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에 주택 구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매물 부족현상에다 오른 집값으로 인해 재산세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40만 달러에 집을 사 현재 80만 달러가 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재산세(1%)를 400달러 정도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집 값 상승으로 비슷한 정도의 집을 80만 달러에 매입한다면 800달러 가량 재산세를 부담해야 한다. 낮은 이자율로 같은 렌트를 낸다 하더라도 세금이 두 배로 증가했기 때문에 주택 구입자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김 사장은 “이 같은 매물 부족현상은 남가주 뿐 아니라 플로리다, 북동부, 남서부 지역 등 미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호황 계속될 것”

버블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 하버드대학이 “미국 부동산 시장이 둔화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강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이 위축되기는커녕 앞으로 더 강화될 요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호황이 무조건 좋은 결과만 낳은 것은 아니라고 하버드대학은 분석했다. 빈부격차 심화, 교통사정 악화 등은 집값 상승이 몰고온 대표적 문제점들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학 주택연구소는 12일 전국 주택시장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미국 부동산 시장 호황 지속을 전망할 여러 근거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니콜라스 렛시나스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대출요건 완화 ▲베이비 붐 세대들의 세컨 홈(주거 목적이 아닌 집) 구입 열풍 ▲미국 이민자 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 경제 성장, 당국의 규제 완화, 개발용 토지의 공급 부족까지 겹쳐 부동산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렛시나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부동산 가격이 2004년까지 13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단순히 최근 몇 년간의 일회성 움직임이 아니라는 논리다.

<김진호 기자> kjin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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