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재철 목사의 짧은 글 긴 여운

2005-06-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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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방식 3

결혼을 앞둔 청년들 중에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의 외모, 학력, 직업 등 구체적인 조건까지 기도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자신이 가장 이상적이라 여기는 외모와 조건의 배우자를 머리 속에 그린 뒤, 그 그림에 부합되는 배우자를 달라는 식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도에 100% 부합하는 배우자를 하나님께서 주셨다며 기뻐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결혼 후, 자신의 결혼생활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청년들은 극히 드뭅니다.
그와 같은 기도는 두 가지 면에서 잘못 되었습니다. 첫째, 기도하는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 있는 잘못입니다. 크리스천이란 인생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배우자의 외모와 모든 조건을 스스로 단정한다면 실제로는 그 자신이 하나님이요, 하나님은 그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두 번째 잘못은 그 기도의 초점이 인간의 외적 조건에만 맞추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루며 평생토록 살아가는 것이기에 중요한 것은 인격과 성품 같은 내적 조건입니다. 그러나 외적 조건에만 편향된 기도로는 상대의 내면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기도한 외적 조건에 부합하는 배우자를 만났다며 기뻐하던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대부분 행복과는 거리가 먼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에 관한 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세팅이 끝난 완성된 보석을 주시지 않습니다. 언제나 원석(原石)을 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배우자, 자식, 친구 등 예외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법칙에 따라 그 원석을 함께 세팅해 가는 것은 사람의 몫이요, 행복은 바로 그 과정 속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얻기 위해 기도하는 자는 자신이 그려낸 기성품을 조르기 위해 기도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원석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을 구하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인간의 욕망과 망상이 빚어낸 기성품과 하나님의 원석은 애당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2005년 5월 ‘쿰회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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