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즘 날씨 같은 주택시장

2005-05-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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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는 마치 주택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지난 주 모처럼만의 반짝 더위가 이번 주 들어 기세가 꺾이고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흐린 날씨를 보이는 것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부동산 시장 현상과 비슷하다. 6개월 정도의 냉각기를 거친 후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불붙기 시작한 주택시장이 5월 들어 주춤하다.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은 경쟁적으로 주택매물이 쏟아지거나 리스팅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일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셀러도 없고 바이어도 없는 특수한 현상이다.
주택구입을 망설이는 바이어들은 이제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기지 금리가 인상되고 있어 조만간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를 기다리겠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5월 중순 가든그로브의 한 주택을 48만5,000달러에 리스팅 받았다. 매주 일요일마다 무려 2개월간 오픈하우스를 하면서 4번에 걸쳐 가격을 내리고 내려 결국 42만5,000달러에 어렵게 딜을 성사시켰다. 당시 타운의 한 부동산 브로커는 사석에서 “모기지 이자율 1% 오르면 현재 집값에서 30%까지도 가격 거품이 빠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올 1월 똑같은 단지에 같은 모델을 리스팅 받아 48만달러에 팔았고 지금은 50만달러를 훌쩍 넘어서 매물이 나온다. 7-8개월 전보다 무려 20% 이상, 그리고 지난해 5월보다도 10%가량 오른 셈이다. 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첫 주택구입을 몇 년 째 미뤄온 바이어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그만큼 더 클 수 밖 에 없다.
지금 집을 팔아야 할 지 사야 할 지, 현재 집의 에퀴티를 꺼내 주택 투자를 더 해야 할 지, 세놓은 투자용 집을 당장 팔아야 할지 등등에 대해 자신들의 논리를 펼쳐 보인다.
지난 10여년동안 우리 한인들이 일궈온 재산 중 가장 큰 부분이 부동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간지 경제부 기자로 일했던 8년전, 사람들의 화두는 온통 벤처회사 투자와 증권투자에 관한 것임을 감안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셀러와 바이어가 줄어들은 현재의 주택시장 추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예측하기 어렵다. 내년 이맘때 쯤 신문 칼럼을 쓸 때나 정확히 알 것이다. 모든 투자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재테크도 손해 보는 쪽이 있어야 이익을 보는 쪽이 있고, 결국은 언제 사느냐 파느냐는 손님들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고독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하워드 한
<콜드 웰 뱅커 베스트 부동산>
(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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