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톨릭 신자의 불교사랑’

2005-05-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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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의 불교사랑’

가톨릭 신자인 중도 박정웅씨가 관음사 수행사찰 건립 기금모금을 위해 로터스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중도 박정웅씨 관음사 사찰건립 기금마련 작품전

“사랑과 자비가 큰 차이가 없듯 종교를 넘어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돕고 싶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불교화 전시회를 열고 그 수익금으로 사찰에 기증할 계획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부터
로터스 갤러리


지난 14일부터 로터스 갤러리에서 관음사 수행사찰 건립 기금 모금을 위해 전시회를 갖는 중도 박정웅(63)씨. 그는 매주 수, 목요일 성아그네스 성당 저녁 미사후 신자들을 대상으로 미술과 서예를 지도하고 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다.
20여년전 우연히 취미로 서예를 시작한 인연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불교 소재의 동양화 작품을 그려온 박씨는 그의 첫 작품전시회 수익금을 흔쾌히 관음사 수행사찰 기금에 기부할 뜻을 밝혔다.
평생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박씨가 종교적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내놓게 된 배경은 남다르다. 불교신자였던 어머니가 천주교를 개종하며 자연스레 두 종교를 접하게 된 그의 형제들은 서로 강요함 없이 스스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종교를 선택해 어릴 적부터 ‘한 지붕아래 두 종교’의 친화적 환경에서 자랐다. 가톨릭 교회에서 견진성사를 받았던 막내 동생이 홀연히 불가로 출가해 현재 한국 원적정사 주지를 맡고 있는 것도 이같은 가정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박씨는 동생이 주지로 있는 절에 자주 드나들며 불교에 대해 깊이 공부하게 됐고 금강경, 반야심경, 관음경 등을 붓글씨로 남기며 불교 세계를 담은 작품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막내 동생은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축성탄’이라고 적힌 축하 메시지를 절에다 걸어둔다”며 웃었다.
“나의 아버지가 소중하듯 너의 아버지도 소중하다는 것을 받아들여 서로의 가치를 존중할 때 모든 종교의 공통분모인 ‘사랑과 자비가’ 실천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불교의 ‘성불’과 가톨릭의 ‘기도수양’은 궁극적으로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스스로를 ‘선(禪) 예술가’라 칭한다.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고민과 번뇌를 털어버리고 마음을 가다듬어 ‘평안함’을 찾길 당부하는 마음에서이다.
박씨는 이번 첫 전시회 후 불교대학 등에 진학해 본격적인 불교 공부를 하고 로터스 갤러리내 공간을 마련해 작품작업을 해 임시 전시회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213)380-0001, 로터스 갤러리 주소 4267 W. 3rd St.,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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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씨의 작품.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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