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콘도 광풍

2005-05-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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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광풍

LA의 플라야비스타에 있는 이 로프트는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다 팔려버렸다.

로스앤젤레스. 한 개발업체가 2006년에 완공되는 유닛당 50만달러인 로프트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135 유닛 중 하나를 붙잡기 위해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매 신청서를 냈다. 플로리다 네이플스. 몰려든 부동산 투자자들이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콘도를 아침에 구매계약을 완료하고는 오후에 10~15% 값을 더 붙여서 다시 판다.미시시피주의 걸프 코우스트 인근. 강을 면한 유닛을 스퀘어피트당 350달러에 예약했던 바이어들이 계약 당일 스퀘어피트당 500달러로 값이 뛰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잔금을 치르고 매입한다.콘도 광풍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전의 그 광적인 열기가 재현되고 있다.


가격은 천장을 뚫고, 지었다하면 콘도
너무 과하게 빨리 오른 것은 아닌가?
수요 뒷받침되지만 투기성 매입 많아 걱정

단독 주택 시장 경기 둔화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콘도는 여전히 터질 듯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전국의 기존 콘도 가격은 2004년 중 평균 17%나 급등한 19만3,600달러로 단독주택이 평균 18만4,100달러, 8.3% 상승한 것을 앞질렀다.
이로써 4년째 콘도와 코압(co-ops), 타운하우스가 단독 주택을 가치 상승면에서 앞지르고 있다.
15년 전 주택 소유주들은 콘도는 가치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콘도가 단독 주택 보다 가치 보존 및 상승면에서 더 낫다고 믿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LA소재 KB홈의 사장 브루스 카라츠는 지적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 자신감은 너무 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콘도 가격이 이토록 빠르게 상승하고 콘도 건설 역시 광적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지금처럼 절절 끓는 콘도 열기가 조만간 식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국부동산협회의 수석 경제분석가인 데이빗 리치는 이런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 콘도 가격이 지역적으로 일부 과열 시장에서 조정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폭락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 이유로 우선 경제상태가 좋고, 주된 구매 세력인 베이비 부머들이 현재 소득능력면에서 피크에 달해 어마어마한 구매력으로 큰 저택과 작은 집들, 콘도, 타운하우스, 세컨드홈, 투자 부동산등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단독 주택을 구매할 형편이 안 되는 젊은 부부나 이민자 등 소위 집을 처음 사는 계층이 증대했고, 콘도 가격이 엄청 올랐지만 이자율이 여전히 낮아 부담이 경감되고 있다는 점도 콘도 열풍을 부추기는 주요한 배경이다. 30년 고정모기지가 2002년 중반이래 계속 6.5%아래로 유지돼 왔는데 앞으로 8%까지 뛰면 사정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구매자들의 주거에 대한 스타일과 관념이 달라진 것도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콘도는 단독 주택과 달리 집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매력. 한 젊은이는 “처음에 주택을 사려고 했지만 주택 가진 사람들이 잔디 깎고 있을 때 콘도 가진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콘도 구매쪽으로 틀었다”고 말한다.
넓은 집에서 키우고 싶은 자녀들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인구적 변화도 한 이유다. 한 조사에 의하면 현재 자녀가 있는 가정은 미국 전체 가정의 25%밖에 안 된다. 이 비율은 앞으로 20년 뒤에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도가 가격이나 생긴 모양, 소재한 위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하게 개발돼 바이어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킨다는 점도 콘도가 어필하는 이유다. 한 사이즈로 모든 사람에게 맞는 주거형태는 이젠 지나갔다.
요즘의 콘도는 건축 스타일이 지중해식에서 창고형으로 다양하고 사는 사람들도 예술가들의 로프트형, 어린 자녀를 둔 타운하우스형 등으로 다양하다. 가격면에서도 서민형이 있는가하면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층 펜트하우스형 등으로 아주 다양해 여러 구매계층을 충족시킨다. 근처에 멋진 식당이나 문화 공연장이 있어 도심의 콘도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현재의 콘도 열풍에는 과거 닷 컴 붐에서 보았던 투기적 요소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마디로 거품이 잔뜩 들었다는 것.
순수 주거 목적보다는 값이 오를 때 빨리 사서 더 받고 팔겠다는 투기성 매입이 많아 가격에 거품이 상당히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자율이 상승하고 콘도 공급도 늘어 재고가 늘어나면 열기가 빠르게 냉각될 위험이 없지 않다. 마이애미를 예로 들면 주거용 콘도가 1월 현재 5만5,000 유닛 이상이 건설중인데 지난 10년 동안 건설된 것이 전부 7,000유닛이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콘도가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라스베가스, 걸프 코우스트, 필라델피아, 포틀랜드, 시애틀, 워싱턴 DC 등지에서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또 많은 구매자들이 새로 산 콘도에 발도 들여보지 않고 전매한다. 지난해 판매된 주택의 25%는 바이어가 주거하기 위해 산 것이 아니었다. 값을 튀겨 되파는 행위가 거듭되면 당연히 거품이 생긴다. 일부 콘도 투자자들은 매매차익을 보고 손해를 보고서도 렌트 줄 계획으로 콘도를 매입하기도 한다.
“언제 부동산 거품이 터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터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손해를 보는 쪽은 새로운 투자자들이었다”고 예일대학의 로버트 쉴러 교수는 경고한다.


HSPACE=5

마이애미의 한 콘도 타워 분양 설명회를 찾은 잠재적 바이어들이 타워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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