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푸른 잠재력을 심어주는 집

2005-05-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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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서울 아현동에서 줄곧 살다가 국민학교 4학년 때쯤 멀리 이사를 갔다. 그 후 중학시절 살던 집이 그리워 몇 번을 찾아가서 집밖을 둘러보곤 하다가 오고는 했다. 어느 날엔 큰 맘 먹고 그 집안엘 다시 들어가 보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막상 들어가보니 머릿속에 남아있던 추억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 무척 섭섭해 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그 이후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집은 하나도 안 바뀌었으며 바뀐 것이 있다면 중학생으로 바뀐 나의 신체와 정신 연령이었을 것인데, 예전 기억속의 집이 아닌 것을 확인하는데 그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햇볕이 잘 드는 대청마루와 앞마당, 방들, 그리고 장독대와 부엌 뒤켠 조그만 헛간이 있었고, 동네 중심지의 코너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서 집 밖에서 속칭 ‘다방구’며 술래잡기와 땅 따먹기 등 온갖 놀이로 늘 시끌벅적했었다.
그러다 저녁노을이 들 때쯤이면 이집 저집에서 저녁밥을 하는 구수한 냄새들이 나면서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에 집에 들어가곤 하였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하지만 그 집과 그 동네에서의 여러 가지 어릴 적 환경의 추억들은 내 인생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이곳저곳에서의 생활들은 나의 성장과정에서의 중요한 발판들이 되어 나의 깊숙한 내면에 다양한 잠재력을 심어놓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던 것이다. ‘그때 땅따먹기를 잘한 덕분에 지금 부동산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웃어도 보지만, 맹모의 ‘삼촌지교’는 중요한 교훈이 아니 될 수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듯 어른들이나 아이들 모두에게 살아가는 주위 환경은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특히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내는 집 안팎에서의 좋은 기억과 다양한 경험들은 인생의 ‘줄기’가 되어 ‘잠재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며, 단정하게 꾸민 방, 깨끗하고 밝은 집안 분위기, 예쁜 뒷마당, 그리고 좋은 친구들, 이러한 환경이 잠재력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본다.
또한, 성격의 방향도 어린 시절에 이미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한데, 미국의 심리학 박사 월트 캘러스태드가 “앞서 인도하는 것은 어른이든 아이든 간에 상관없이 각 사람 안에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방법이다” 라고 말했듯, 훌륭한 잠재력을 풍부하게 심어놓지 않고서는 잠재력을 꺼내줄 수도 인도해줄 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의 어렸을 적 동네친구들과의 놀이가 전부일 뿐인 그러한 추억 속에서도 다양한 상상력과 잠재력이 쌓였던 것이고 보면, 지금같이 확연히 달라진 세상에서의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는 더욱더 많이 꺼내주고 인도해줄 수 있는 다양하고 폭넓은 기회의 잠재력을 넉넉히 쌓아놓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년전 가족과 함께 요세미티를 다녀왔을 때도, 아들 녀석은 집에 돌아와서도 툭하면 “다 죽었어, 다 죽었어” 혼자 떠들고 다녔는데, 무슨 말인가 했더니 오랜 고목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들을 본 것을 그렇게 하는 말이었다. 당시 어린 3년8개월의 마음에 냇물을 보고 “바다” 라고 느꼈던 그 아이가 지금엔 또 무엇으로 느낄는지 궁금해진다. 혹시 “푸른 하늘!” 하고 외치지는 않을까?
“그래, 5월은 푸른하늘~~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이 모두는 우리들 세상! 마음껏 넓혀보자!”


케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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